피의자 현장검증 강남 묻지마 살인,비이성적 성대결vs아동학대 사망,공분ㆍ합리적 논의와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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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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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인 김모(34)씨가 24일 오전 피의자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한 노래방 공용화장실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하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현장검증이 24일 이뤄진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추모가 비이성적 성대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어 최근 몇 년 동안 연이어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에 대해 남녀노소 모두 분노하고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합리적 논의가 이뤄진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의자 현장검증이 이뤄진 강남 묻지마 살인과 아동학대 사망 모두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인 범죄’라는 본질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강남 묻지마 살인과 아동학대 사망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태도는 매우 다르다.

아동학대 사망의 경우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사회는 모두 슬퍼하고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ㆍ방지대책 강화를 요구했고 정치권 등에선 이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강남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 현장엔 시위대가 “남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항의한다”고 시위를 하자 이에 다른 남녀 수십명이 강력히 항의하며 욕설을 주고받는 등 강남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는 성대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성계 등에선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성들도 살인 등 흉악 범죄의 피해자일 경우가 많고 여성도 아동학대 사망 같은 사회적 약자를 죽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강남 묻지마 살인만 보고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식으로 일반화 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동학대 사망의 경우 피해 아동이 대부분 하층민 가정의 힘 없는 어린 아이다. 즉 피해 아동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라는 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고 가해자가 여자인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아동학대 사망의 경우 ‘여성혐오’나 ‘남성혐오’ 등의 논란이 일지 않고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슬퍼하고 분노하며 합리적인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엄친딸’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것과 같이 상류층 여성들의 삶 등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군필 남성들도 극심한 취업난이나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여성은 약자이거나 차별받는 존재가 아니고 오히려 남성들이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가 비이성적 성대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인 범죄’라는 본질이 흐려져 올바른 대책 마련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날 피의자 현장검증에서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는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희생된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고 어찌됐든 희생돼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은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26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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