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55살 남산 케이블카의 불편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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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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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투명 회계, 독점운영 등 각종 논란 서둘러 해소돼야

[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남산에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관광명물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케이블카다. 개통 길이 605m, 낙차 138m, 초속 3.2m 규모다. 196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하늘여행' 기구다. 중구 회현동에 자리한 승강장에서 예장동 남산 정상까지 3분이면 닿는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광범위하게 펼쳐진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때의 모습은 국가기록원이 관리 중인 흑백사진에도 그대로 담겼다.

남산케이블카는 2012년 연간 최다 승객 97만명(외국인 26만명 포함)을 기록했다. 하루에 평균 2600여 명이 탄 셈이다. 운행 이후 50년간 대략 1700만명이 이용했다. 그간 요금도 많이 올랐다. 1962년 대인 40원, 소인 25원에 관광객 1명을 실어날랐는데 당시의 버스 이용료 5원과 비교하면 8배나 큰 금액이다. 현재는 어른 개인을 기준으로 편도 6000원, 왕복 8500원으로 초기에 비해 약 150배가 뛰었다.

얼마 전 5월 12일 생일이 지나면서 올해 55살을 맞은 남산케이블카를 뚤러싸고 최근 1년 꽤나 시끄러웠다. 1961년 5월 16일 군사 쿠데타 1년 후부터 지금까지도 한국삭도공업(주)이란 특정기업이 영업권을 독점 중인 사실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 업체의 공동대표는 미국 국적에, 대부분 지분은 이들 가족이 나눠 보유했다. 다시 말해 족벌·세습체제의 소유물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재무회계는 투명하지 못했고 신뢰하기 어려운 회계 보고를 일삼았다.

문제는 이런 이해하기 힘든 의혹들에 서울시의 방만한 관리감독이 일조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 주관부서였던 교통본부는 2008년 한국삭도공업이 기존 38인승에서 48인승으로 시설변경허가를 신청했을 때 관계기관(서울시 푸른도시국·산림청 등)과 충분한 협의나 어떤 조건을 부여하지 않은 채 사업자의 요구대로 들어줬다. 2005년도 12월 삭도·궤도법 개정으로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었지만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2009년 3월 '남산 르네상스 기본계획' 시행을 앞둔 시점이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은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삭도공업은 중구청이 국유지에 건립한 시립노인정을 2002년 구청으로부터 매입한 뒤 작년 초까지 건축법상 용도변경 절차 없이 직원숙소로 불법 사용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서울시 업무 해태와 행정권한 하자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50년 여간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서울시가 뒤늦게 잘못된 점을 바로 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감사위원회가 총대를 멨다. 당장 서울시의회가 행정처분을 요구한 한국삭도공업 회계의 국세청에 세무조사 실시를 포함해 옛 서울시 담당 공무원 책임규명 및 문책, 수익 일부 공공기여 제공방안 등 운영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워낙 해묵은 사안에다 지자체 및 공직자의 안일함이 더해진터라 어떤 감사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스스로 내부 허물을 들추고 질책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산공원은 서울시민의 대표적 녹지공간이다. 모두가 누리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다. 아울러 이곳 케이블카는 공원시설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민 상당수는 당장 남산케이블의 소유나 운영주체를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으로 인식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과거 케이블카를 탄 후에 옆으로 소월길을 따라 내려오며 늘어선 돈가스집에서 즐기는 외식은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서울의 주요 명소인 남산케이블카를 향한 의혹들이 해소되길 바라는 건 한번쯤 남산을 올라본 이들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불편한 소회는 털어버리고 다시금 명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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