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늑대와 함께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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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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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제주대학교(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로스쿨 겸임교수


이규엽 제주대학교(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로스쿨 겸임교수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은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도 대기업의 그늘에 가리워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 많다. 심지어 보유 기술은 우수하지만 시장에서 상품화될 때까지 자금사정을 견디지 못하여 대기업에 흡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장은 넓고 자금도 넉넉한 중국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 협력하는 길이다.  

그동안 한국기업은 중국기업과 협력하면 기술만 유출되고 결국 팽(烹) 당하는 것이 두려워 중국과 협력하는데 소극적인 태도였다.

필자는 얼마전 무인 자동화기기 제품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회사의 사장인 B를 만났다. B사장은 진작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 한 것에 대하여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B사장은 중국시장 진출 초기 중국에 생산공장을 건설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B사장의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신기술이였기 때문에 기술이전의 댓가만으로도 얼마든지 중국파트너와 합작형태로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중국거래처를 더욱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B사장은 기술이 유출되는 것이 염려되어 핵심기술이 필요한 본체는 한국에서 제조하여 중국으로 운반하였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박스는 중국업체인 C회사에게 하청을 주어 생산하였다. C회사는 자체 제작한 박스와 한국에서 운반되어온 본체를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중국관공서 등에 납품하였다. 몇 년 후 중국업체 C는 본체마저 자체적으로 제조한 완성품을 값 싼 가격으로 중국관공서에 납품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중국업체 C가 만든 제품의 질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관공서의 보이지 않는 자국상품 우대정책과 구매거래선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점점 공급비중을 확대시켜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얼마가지 않아 C회사의 기술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거래처의 대부분을 잠식당할 것이라고 B사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달말 필자는 중국 광동성에 출장을 가서 중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의 어느 부사장을 만났다. 그 중국회사는 전기차 제조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중소기업 D와 몇 달 전부터 합작하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총 1,100억원을 투자하여 중국에서 공장을 짓기 시작하였고 한국의 D중소기업은 자금 출자없이 기술이전의 댓가로 40%의 지분을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그 부사장은 향후 이 공장을 매출액 약 8조원 규모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증설시켜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D회사는 중국기업과의 합작으로 총 자산이 35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커졌다. 이와 더불어 D회사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관련 회사는 불과 몇 달 사이에 주가가 두 배로 상승하는 연쇄 효과를 누렸다.

귀국길에서 필자는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시청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시골 소년이 야산에서 늑대를 만나 뒹굴며 마치 함께 춤을 추는 듯한 가슴 뭉클한 장면이였다. 그 소년은 길 잃은 늑대새끼를 데리고 와서 정성껏 키운 후 다 자란 늑대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소년이 늑대가 보고 싶을 때 숲속에 가서 크게 이름을 부르면 늑대가 반갑게 달려 왔다.

다 자란 늑대와는 친해지기 어렵다. 우리기술 수준과 비교해 볼 때 중국에서 새끼늑대 수준이라고 보여 지는 산업분야는 아직도 많다. 이러한 산업분야에서 한중간 협력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을 중국에 넘겨주는 것이 두려워 주저하는 동안 시장을 점점 잃어 가는 것보다 처음부터 파트너쉽을 가지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늑대라고 해서 무조건 두려워 할 것이 아니다. 멋지게 같이 춤추는 방법을 미리 찾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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