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홍길동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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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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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스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한국 영웅 홍길동이 국내 스크린을 장악한 미국산 히어로를 잡기 위해 왔다. 정의감에 불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 영화 속 홍길동은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 차림으로 웅얼거린다. “귀찮아, 귀찮아 죽겠네, 귀찮아서 죽을 수도 있을까?”

거짓말에 능하고 나태한 데다 악랄하기까지 한 홍길동을 내세운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잡기에 도전한다.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탐정인 홍길동(이제훈 분)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20년을 헤매다 눈앞에서 그를 놓친다. 김병덕을 체간 이들은 바로 세상을 장악하려는 검은 세력 광은회. 김병덕을 차지하기 위한 홍길동과 광은회는 사투가 영화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라면 “할아버지를 구하겠다”며 고사리손을 불끈 쥔 두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이 투하하는 웃음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꽃이다. 화려한 액션과 적재적소의 웃음, 한국형 히어로물의 첫 시작은 할리우드의 그것을 벤치마킹해 관객을 유혹한다.

‘늑대소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이번에도 시대와 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배경으로 영화 안에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과시했다. 프리 프로덕션만 6개월이 걸린 이 미장센은 실사 영화임에도 만화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부제를 붙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 제작을 욕심낸 작품이다. 관객이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하게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겁 없고, 정 없고, 자비 없고 그래서 친구도 없는 홍길동은 담배를 꼬나무는 대신 캬라멜을 질겅거린다. 두려울 것 없고, 상대할 자도 없는, 광은회의 실세 강성일을 연기한 김성균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미모, 돈, 능력…없는 게 없는, 활빈당의 소유주 황 회장의 고아라는 여타 히어로물의 홍일점이 그렇듯 매력적이다. 그중에 제일은 철딱서니 없고, 눈치 없고, 뭐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동이·말순 자매. 아이들을 이용해 웃음을 끌어내려는 얄팍한 꼼수가 훤히 보이지만 그것마저 웃어넘기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동자…미제 히어로에게 습관적으로 열광하면서 ‘탐정 홍길동’을 놓치는 실수는 하지 말길. 영화는 첫술에 배부르랴, 는 말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퍽 높은 완성도로 한국형 히어로물의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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