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쏘나타·SM6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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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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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GM 제공]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1990년대 후반은 국내 중형차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이 펼쳐진 시기였다. 대우자동차는 레간자를, 기아차는 크레도스를, 삼성자동차는 SM5를 내놓으며 선두 현대 쏘나타를 막아섰다. 흥미로운 경쟁 속에 소비자들은 고르는 즐거움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중형차시장 규모가 커졌다.

최근 중형차시장이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덕분이다. 르노삼성이 SM6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한국GM이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신형 쉐보레 말리부를 공개했다.

이번에 등장한 신형 말리부는 9세대 모델이다. 지난해 초 본지가 가장 먼저 보도했던 바로 그 모델이다.

2011년에 나온 8세대 모델은 미국에서 4년 만인 2015년에 풀 체인지 됐으니 일반적인 교체 주기보다는 조금 빠른 편이다. 8세대 모델의 가장 큰 문제는 좁은 뒷좌석과 느린 응답성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는 뒷좌석을 개선하고 터보 엔진을 얹은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나왔는데 한국에는 선보이지 않았다.

[사진=한국GM 제공]


9세대는 8세대 모델의 약점을 철저히 보완했다. 우선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를 구형보다 93㎜나 늘렸다. 덕분에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중량은 오히려 구형보다 130㎏ 가벼워졌다. 제레미 쇼트 말리부 개발 담당자는 “구조해석을 통해 필요 부위에만 강성을 보강해 경량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1575㎏인 현대차 그랜저를 비롯해 기아 K5(1465㎏), 현대 쏘나타(1455㎏), 르노삼성 SM6(1420㎏) 등보다 훨씬 가볍다.

대시보드는 경쟁차 중 가장 세련됐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멋있고, 손에 닿는 촉감도 상당히 좋다. 시승차에 적용된 브라운 컬러가 특히 돋보인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큼직한 크기와 적당한 높이로 시인성이 꽤 좋다.

1.5ℓ 터보와 2.0ℓ 터보, 두 가지 라인업 중에 시승차는 2.0ℓ 터보가 준비됐다. 앞서 캐딜락 ATS에 장착됐던 엔진보다 출력이 약간 낮아졌는데,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에 맞게 최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벼워진 차체와 높아진 출력 덕에 출발 가속은 훨씬 가뿐해졌다. 인상적인 것은 8세대 초창기 말리부의 굼뜬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토글 시프트가 어색하다는 점이다. 수동 모드로 조작하기 위해서는 기어 레버를 아래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럴 경우 운전자의 손이 너무 뒤쪽으로 가게 된다. 이 상태에서 시프트 업은 앞쪽 + 버튼, 시프트 다운은 뒤쪽 -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버튼이 밋밋해 앞뒤 구분이 잘 안 갈뿐더러, 패들시프트가 없어 코너링 중에는 조작이 힘들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가 토글 시프트를 선호하는 데다, 구형 말리부에서 VOC(소비자 여론조사)를 했더니 큰 불만이 없는 걸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실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효과 덕분이다. 뒷좌석에서는 졸음이 올 정도로 실내가 고요하다.

[사진=한국GM 제공]


승차감은 평균적인 한국인의 취향에 딱 들어맞을 정도로 좋다. 8세대보다는 약간 물렁해졌지만 노면의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쏘나타와 K5, SM6와 달리 드라이빙 모드의 선택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파워트레인 완성도가 높고, 말리부가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기 때문에 드라이빙 모드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맛있게 만들었으니 추가 양념은 필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전자의 취향은 제각각이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리 운전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상황에 따라 후추 조금, 고춧가루 조금 더 치고 싶을 때 맞춰주는 센스가 아쉽다.

신형 말리부는 8개의 에어백이 기본 탑재된다. 쏘나타와 K5가 7개이고, SM6는 6개이니 수치에서는 앞선다. 하지만 10개가 들어가는 미국 시판 모델에서 굳이 무릎 에어백 2개를 뺄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차에 항상 네 명이 타는 게 아닌 이상, 운전자와 동승자의 무릎을 보호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신형 말리부는 기본 2310만부터 풀 옵션 3546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마련돼 있다. 경쟁사 최고급형의 경우 쏘나타는 3510만원, K5는 3456만원, SM6는 3519만원이다.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국산 중형차시장은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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