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5년 만에 늑장 사과…유족들 "면피용"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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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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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가습기 사망사고 사과 회견

  • "1·2등급 판정 피해자들 우선 보상"

  • "檢 수사 시작되자 사과 진정성 의문"

  • 피해자가족 "국내서 자진 철수해야"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피해 가족들의 항의에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김온유 기자 = 영국계 생활용품 업체인 옥시 레킷벤키저의 한국법인 대표가 2일 직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독성물질이 든 문제의 제품을 출시한 지 15년, 사용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진정성에 의무를 제기하며 본사 측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옥시의 한국법인 RB코리아 아타 사프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를 대표해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안도 내놨다. 사프달 대표는 "우선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에서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 중 옥시 제품 사용자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월까지 이를 위한 전문가 패널(평가단)을 구성하겠다"며 "구체적인 보상 계획과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은 피해자들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앞서 내놓은 100억원의 지원금은 옥시뿐 아니라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2014년 출연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지난달 21일 발표한 추가 출연액인 50억원 등 총 100억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쓰겠다"고 발표했다.

자사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고의로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사프달 대표는 "옥시는 그 어떤 잘못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자체 조사를 벌여 잘못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신속하게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서야 사과한 데 대해서는 "회사도 사과가 늦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송구하다"고 밝혔다.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5년째 피해자를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뤄진 면피용 사과는 거부한다"며 "회사명을 변경하거나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바꾸는 등 피해자를 기만하는 사회악이자 살인기업인 옥시는 자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정말 미안하다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자식을 죽인 게 당신들이 아니라 옥시이다'라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옥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가 2001년 3월 동양화학그룹(현 OCI)의 계열사인 옥시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같은 해 옥시는 문제의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만들어 판매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은 2011년 4월부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 실제 정부의 1·2차 피해자 조사에서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46명 가운데 103명이 이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옥시는 지금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주식회사였던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확산하던 2011년 12월 주주와 사원의 책임 제한되는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2014년 1월엔 사명에서 '옥시'를 빼고 본사 영문 이니셜만으로 된 'RB코리아'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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