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한국호는 어디로]“올 것이 왔다”···고난의 시절 맞은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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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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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석림·채명석·한준호·윤태구 기자 = “검토를 해야 하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반문했다. 총선 유세기간이었던 지난 6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시 김 대표는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이다.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더민주당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삼성측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총선이 더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김 대표의 공약을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은 기업 고유의 권한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업성 검토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안배할 수는 있지만 입지요건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면서 “정당, 정치인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기업 공약 남발
선거를 치를 때마다 가장 마음고생을 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기업, 특히 대기업이다. 멀어진 표심을 잡기 위해 반기업정서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는 기업이 생각하지도 않았던 공약들을 남발하고, 해당 기업들이 이를 반대하면 다시 기업이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고 비난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지난 11일 울산동구 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아 “현대중공업의 쉬운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겪었다. 표면적으로는 조선업 종사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확대 해석하면 기업의 인력조정을 막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파장이 큰 발언이었다. 이러한 말을 경제 활성화 법안,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해온 여당 대표가 했다는 점에서 재계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서청원 의원도 “대통령에게 10대 대기업 대구 유치를 건의해 청와대로부터 ‘여러모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기업의 대구 투자를 확정적인 것처럼 발표해 재계가 황당해했다.

이동통신 요금 이슈는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수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기본료 폐지는 우상호 더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선에 성공한 우 의원은 “기본료 폐지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할 것”이라고 강조해 귀추가 주목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보완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소폭 개선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더민주당 등 야당은 전면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야당이 발의한 ‘보조금분리공시제’, ‘지원금 상한선 폐지’ 등이 또 다시 부각될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방송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이번 여소야대 정국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국회의 의견을 듣지는 않겠지만, 국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경우 정부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수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진영은 이번 이슈를 국회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이슈가 국회로 넘어갈 경우 합병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이슈도 정치권의 영향에 따라 본래의 의도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달 면세점제도 개선안을 공개하면서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는 제외한 채 면허기간 연장(5년→10년), 수수료율 인상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최고 3개 이상 서울 시내면세점이 추가가 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얼마나 더 늘어나고 어떤 업체들이 여기에 포함될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여아 힘 합쳐 경제 활성화 지원해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도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이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는 총선 전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요구해왔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적합업종제도 이행력 및 실효성 강화위해 합의 원활화 및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제20대 총선을 앞둔 국회에 정책과제로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은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업계와 마찰을 빚어왔다.

각 정당은 중소기업기업계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밝힌 상태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19대 국회 4년간 고난의 길을 걸어온 재계는 20대 국회가 열리면 부담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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