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환자 울리는 병원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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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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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15개월 된 아기가 아파서 설 새벽에 응급실을 갔다. 그런데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병원이 응급환자를 상대로 각종 검사를 붙여 병원비를 불린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

낮엔 잘 놀던 아기가 밤중에 열이 난다. 정황상 독감이나, 요로감염이 의심됐다. 병원에선 경황이 없는 아이엄마한테 혈액·소변 검사에 X레이를 꼭 찍어야 한단다.

이유를 물으니 “기기가 갖춰지지 않아 대충 검사하는 일반 병원과 달리 할 수 있는 최선의 검사를 하는 게 원칙”이란다. 병원에서는 또 입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에 전문 소아과에선 혈액과 소변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했었다. 소변검사에서 병이 검출 안 되면 그때 찍자고 했더니 그제야 마지못해 수락한다.

연휴에 지방에 내려온 터라 하루 뒤 상경해야 하는 상황도 설명했다. 응급조치만 해주면 거주지역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의사를 겨우 설득했다.

간호사가 5명이나 아기를 둘러싸고 한참 매달린다. 링거를 단다고 사전에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혈관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기는 바늘을 잡아 빼려고 하면서 자지러졌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방해가 되는 상황이라 결국 링거 주사는 빼기로 했다. 원하지도, 맞지도 않았지만 링거 비용도 모두 부담했다. ‘거부하지 않았으니 동의한 것’이라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수납 내역을 확인해보니, 일주일이 지나야 결과가 나오는 검사도 추가돼 있었다. 이를 확인하려면 일주일 뒤 외래로 방문을 해야 했다. 상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설명했음에도 ‘특별히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능한 모든 검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병원의 행태가 이러니 아기 고열에 경험이 없는 초보 부모들은 ‘호갱님’이 될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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