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영화 '빅쇼트'와 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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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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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영화 '빅쇼트'를 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속에서도 큰 돈을 번 네 팀의 괴짜를 다룬다.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다만 모두 주택시장에서부터 시작된 모기지증권의 거품을 남보다 일찍 봤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영화는 수십조원의 돈을 번 그들의 인생 대박의 황홀함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월가의 이면에 감춰진 도덕적 해이를 꼬집는다.

우리 금융시장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인기를 모아왔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요즘 날마다 신문에 오르내린다. 중국의 서킷브레이커 도입으로 시작된 홍콩 H주 하락이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된 ELS 가운데 수십조원어치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현재 H지수 하락으로 손실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ELS 규모만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ELS 만기가 통상 3년 정도라는 점에서 물론 기회는 남아 있다.

그러나 ELS 투자자는 2012년에도 시세왜곡 혐의로 도이치뱅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펼친 전력이 있다. 요즘 불거진 ELS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중위험·중수익'이라는 말로 ELS를 포장해 팔았다. ELS 판매사는 한술 더 떴다. 주식과 달리 손실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금리 대비 초과수익을 노리는 상품이 위험하지 않을 리 없다.

홍콩 H지수 자체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H지수는 40개 종목만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본토기업 가운데 상위 40개가 여기에 들어간다. H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다. 요즘처럼 위안화 약세 속에 '셀 차이나' 바람이 거셀 때는 주가가 더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영화 빅쇼트는 "금융상품 설명서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사기"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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