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사외전’ 황정민이 관객에게 주는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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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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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사외전'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황정민(45)은 명확하다. 배우의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 짓고 맡은 바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관객과 배우의 관계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선물하는 사이”라고 정의하며 책, 즉 작품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관객들이 원하는 책, 재밌는 책을 선물하는 것”에 대한 행복함이 얼마나 큰지 덧붙이면서.

최근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제공 배급 ㈜ 쇼박스)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난 황정민은 작품과 배우, 그리고 관객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전했다.

영화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과 손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정민은 작품에 대해 ‘팝콘무비’라 정의하며 “재밌는 게 전부”라고 자랑한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출연 계기는 너무 간단하죠. 시나리오가 대단히 쉽게, 재밌게 읽혔다는 점이에요. 책도 그렇잖아요. 쉽게 읽히는 것도 있고, 읽으면서 몇 번 덮어두는 책도 있고, 아까워서 천천히 읽는 책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검사외전’은 편하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영화 ‘히말라야’에서 엄홍길 대장을 연기했던 그는 심신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히말라야’를 끝낸 뒤라서 그런 건지 눈길이 갔다”는 ‘검사외전’은 확실히 전작과는 다른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베테랑’이 끝난 뒤였다면 안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확실히 ‘히말라야’를 끝내고 책임감이라거나 무게감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변재욱이 조금 더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졌었는데 이일형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톤을 바꿨죠. 변재욱은 중심을 잡아주는 밑밥용으로 가는 게 맞겠다 싶어서요.”

무게 중심을 잡는 것, 극의 중심인 것은 ‘히말라야’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극 자체에서 주는 리듬감과 유쾌함은 황정민을 조금 더 자유롭고 가볍게 만들었다. “인물에 대한 분석은 하되 지나친 의미나 무게감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황정민의 입장이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강) 동원이와 호흡은 나쁘지 않았어요. 각자 가진 캐릭터가 잘살아서 만족스러웠죠. 첫 촬영이 계란 신이었는데 투샷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강동원이 아닌 한치원으로 보이더라고요.”

“꽤 오래 영화를 찍었는데도” 강동원과는 첫 호흡이었고 신인감독인 이일형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경상도 남자들이라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게 멋쩍어서” 속으로만 끙끙 앓아왔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배우, 감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 사람의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그들이 연기한 인물과도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 결과 ‘검사외전’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한 기대나 걱정은 없는지 물었다.

“어쩌겠어요. 기대치를 낮출 수도 없고(웃음). 일부러 못할 수는 없잖아. 기대치는 관객들 몫이니까 말이에요. 봤는데 재미가 없으면 욕 할 수도 있고요. 그게 무섭다고 안 할 수는 없죠.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못 냈다면 우리 능력이 거기까지라는 거고요.”

어딘지 초연한 태도다. 영화를 열심히 만드는 것과는 별개로 남은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말이 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를 연이어 히트시킨 주연 배우의 말이라기에 어딘지 이질감이 느껴져 이번에는 “배우 개인의 부담감과 책임감”에 관해 물었다.

“전작들도 잘 됐었고 그러다 보니 잘해야 하는 부담감은 없느냐고들 물어요. 그냥 그마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성과는 내가 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늘 영화에 대한 태도는 같아요. 열심히, 미친 듯이 해왔던 게 ‘믿고 본다’는 말이 되었으니까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어요. 까불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허투루 하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요.”

영화 '검사외전'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믿고 보는 배우. 어느 순간부터 황정민의 이름 앞에 붙던 수식이었다. ‘베테랑’ 배우인 만큼 조금 느슨해질 수도 있건만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더욱 자신을 채찍질한다. 끊임없는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저를 두고 좋은 얘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지겹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 건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다만 고민스러운 건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각자 나름대로 다른 캐릭터인데 그런데도 ‘똑같다’,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제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죠.”

그는 공들여 연기한 작품들과 캐릭터들의 면면을 되짚는다. “표현과 소통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낀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찰이 짙고 선명했다. 관객에게 주는 그의 선물이 정성스러운 이유기도 했다.

“나름대로 눈에 에너지들을 다루게 준 건데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 분명 문제에요. 하지만 일부러 몇 년 후에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죠. 어떻게 하면 안 비슷할까 하는 분명한 고민이 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또 공부하고 익혀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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