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둘리와 카카오, 그리고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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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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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아기공룡 둘리가 드디어 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다. 은하계에서 지구별로 불시착한 후, 고길동 아저씨의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살다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하게 됐다. 도봉구 쌍문동에 둘리 박물관이 올해 여름 개관한 것이다.

‘아기공룡’ 둘리는 우리 나이로 서른 세살이다. 보물섬이라는 만화잡지에 1983년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만화 팬의 사랑에 힘입어 TV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로 자리 잡았다.

둘리가 재미있으면 신세대, 재미없으면 쉰세대다. 둘리에게 괴롭힘 당하는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생각되면 어른이 되기 시작한 거다. 세상의 쓴 맛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길동이 아저씨가 마치 자신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재미있으면 신세대고 재미없으면 쉰세대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쇼핑,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는 카카오의 질주가 참으로 신선하고 대견하다.

이제 카카오의 서비스 아이템에 금융서비스가 하나 더 추가됐다. 지난 주말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작할 두개의 컨소시엄이 선정됐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이다.

카카오뱅크에는 카카오, 국민은행(KB),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세 곳이 대주주로 참여하며, 케이뱅크에는 한국통신(KT), 우리은행, 한화생명, 다날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기공룡 둘리처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다. 조금 딱딱해 보이고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금융’, 그 중에서도 ‘은행’이라는 별에 불시착해서 왕따당하지 않고 제대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쉽게 결제하고, 휴대폰번호나 이메일로 소액의 송금을 하거나 SNS를 활용해 각종 금융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하게 된다. 또 고금리나 담보를 통해서만 대출이 가능했던 소상공인에게 중간 정도 수준의 금리로 담보없이 대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두려움도 있다. 많은 금융인들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전례 때문이다. 과거 키움증권이 증권업계에 몰고 왔던 평지풍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열풍이 불던 2000년 1월에 객장이 없는 인터넷증권사로 허가를 받은 당시 ‘키움닷컴증권’은 업계 최저의 주식매매 수수료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대형 증권사들이 인터넷에 기반한 신생 증권사가 몰고 온 태풍에 휘청거렸다.

2015년 12월 현재 키움증권의 주가는 5만9000원 정도 하는데 증권업계를 대표했던 대우증권의 주가는 1만원 안팎이다. 6배나 차이가 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과거 키움증권처럼 은행업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인가? 태풍은 아니더라도 미꾸라지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메기처럼 금융권과 은행권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두 인터넷 전문은행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카카오뱅크에는 국민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케이뱅크에는 우리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라는 오프라인 중심의 거대은행이 오랫동안 쌓아온 금융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안정감있으면서도 참신하고 편리한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막후’ 실력자의 역할을 한다면 다행이다.

반면 기존의 오프라인 거대은행과 신생 인터넷전문은행이 서로 상생하고 담합하면서 적당히 새로운, 그러나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한다면 태생적 한계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을 도와줘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카카오, 한국통신 등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는 현재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에 따라 10% 이하로 묶여 있다. 이걸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하여 50%까지로 확대하고, 1천억원의 최소자본금도 250억원으로 낮춰주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가 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은산분리라는 규제를 우회하해무력화시키려는 음모가 있다고 해석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더 많은 국민들이 굽어 살피고 있다.

미국보다 20년 이상 뒤늦게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가 국민앞에 제대로 선보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아기공룡 둘리가 국민의 사랑을 받고 해외로 진출해 수출 역군이 된 것처럼, 온라인증권에서 성공스토리를 쓴 키움증권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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