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위는 언제까지 그림자 속에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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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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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이정주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는 그림자 규제 철폐가 이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규제 개혁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의 업무 행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태생적으로 보이지 않는 권력에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지난 10월 영국의 핀테크 전문기업 엔틱의 밴더 클레이 상무이사가 방한했을 때다. 클레이 상무는 같은달 22일 금융위가 주최하는 핀테크 제5차 데모데이 행사를 앞두고 국내 언론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공식적으로는 주한 영국대사관이 주관했지만 행사의 성격상 그 자리에 모인 기자 대부분이 금융부 소속이었다.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들도 핀테크 관련 내용인 걸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은 금융위의 소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간담회가 끝나고 1시간여 후 발생했다. 한창 간담회 기사를 작성하고 있던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행사에 참석한 엔틱의 한국측 대표였다. 용건은 당일 간담회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클레이 상무가 이틀 후 금융위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강연을 하기로 돼있는데 그날 발표할 내용들이 간담회에서 미리 다뤄질까봐 염려가 된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알고보니 이 부탁을 금융위 쪽에서 엔틱 한국 대표에게 요쳥했다는 사실이었다. 당사자라면 직접 나서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뒤에서 부탁할 이유가 없다. 의구심이 들어 공식 주최측인 주한 영국대사관에 연락해보니 보도를 해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이날 일부 언론은 간담회를 보도했고, 몇몇 매체는 금융위의 지침(?)을 따라 기사를 내지 않았다. 통일된 공식 루트 없이 뒤에서 움직이려는 금융위의 시도 덕분에 우왕좌왕 혼선을 빚은 것이다. 금융위가 아직도 그림자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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