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게으르게 안일하게...'개그콘서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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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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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10.1%. 지난 15일 방송된 KBS 공개 코미디 '개그콘서트'의 성적표다. 2011년 기록한 최고 시청률 27.9%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1999년 첫 방송 이래 800회를 넘기며 국민적 인기를 누려온 코미디 프로그램의 초라한 몰락이다.

면밀히 시청률 표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위기는 단박에 감지된다. '핵노잼(재미가 없다)', '노답(No+답의 결합. 해결책이 없다)' 등 정체불명의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고질적 무책임함을 새삼 들먹일 생각은 없다. "미나리 먹고 미쳤냐. 생각 먹고 생각해봐" 따위의 말장난을 일요일 밤에 듣고 있자면 다가올 일주일 치 피로가 미리 몰려오는 기분이다.

치열한 일상에 지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개그맨들은 안일하고 나태하다. 사회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개그우먼을 비하하며 고질적인 쓴웃음을 여태 강요한다. 어설픈 킬러들의 예상 가능한 실수를 나열하는 '나는 킬러다', "사과 베어 물었는데 고춧가루 나온 적 있어 없어"라는 식의 시시껄렁한 일상으로 공감을 강요하는 '말해 yes or no'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그램이 6개월 이상 지속되니 이쯤 되면 개그맨도 철밥통이다.

대표 코너·간판 개그맨의 부제도 문제다. '고집불통', '우주라이크', '니글니글'은 꽤 오랜 시간 '개그콘서트'를 지켜왔음에도 파괴력 있는 한방이 부족해 대표 코너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인 '웰컴 투 코리아', 'HER', '유전자'는 새 코너임에도 새로움이 없다. 신보라, 김준현 등 스타 개그맨이 이탈했지만, 그 자리를 메울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 10.1%. 전성기에 비하면야 초라한 성적이지만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절대 작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 17년째 우리의 일요일 밤을 지켜온 '개그콘서트'에 여전히 의리를, 참을성을 보내는 시청자에게 웃음으로 보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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