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주세요' 금연광고, 흡연자 인격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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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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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지난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최근 도를 넘은 금연광고의 흡연자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아이러브스모킹 제공]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담배를 피우는 것이 폐암을 사는 것과 같다'는 정부의 금연 광고에 대해 흡연자 단체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지난 25일 “보건복지부의 금연 홍보 영상은 적법한 기호품의 구입을 죄악시해 흡연자의 인격을 침해했다”며 “담배 구입을 질병 구입인 것처럼 표현해 담배를 구입한 모두가 질병에 걸린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도를 넘어선 흡연자에 대한 복지부의 인신공격성 모독에 대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다음날 복지부를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18일부터 지상파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복지부의 금연 캠페인 광고에서는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온 한 청년이 "폐암 하나, 뇌졸중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 흡연자는 담뱃갑 속에 갇혀 환자복을 입은 채 쓰러지고 만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판매 점주들 역시 이번 금연 광고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회장 우제세)는 “합법적인 제품인 담배를 판매하는 판매인을 소비자에게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불법 제품을 제공하는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는 담배 판매인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영업방해”라고 말했다.

게다가 소수 집단인 흡연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기획된 광고로 인해 흡연 의지가 없는 나머지 집단까지 혐오스러운 장면에 고스란히 노출돼 불필요한 충격과 불쾌감을 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금연 광고가 흡연의 폐해를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의견도 있다. 광고에서는 담배를 뇌졸중 발병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오로지 흡연이 뇌졸중의 원인인 것처럼 정보를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사법부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복지부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5월 흡연 피해자 등이 담배사업법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현재로서는 담배와 폐암 등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해 담배의 제조나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4월 폐암 환자와 유족 등이 국가와 담배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폐암은 흡연 외 다른 원인으로도 발병할 수 있어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경고 그림 도입, 금연구역 확대 등 흡연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무분별한 규제들로 인한 갈등과 사회적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한해 10조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는 흡연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방적인 규제 도입에 앞서 균형 있는 의견 수렴과 면밀한 검토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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