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 그레이트 코리아] "통일 동북아 공동번영 첫걸음…소처럼 우직하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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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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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인터뷰

 

홍사덕 민족화해 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인터뷰. [남궁진웅 timeid@]

간결했다. 나지막하지만 단호했다. 세련된 통일구상이었다.

지난 봄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으로 관심의 중심에 섰을 때도 언론에 목소리를 내지 않던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지난 17일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우리의 뿌리 깊은 문제, 남북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만기가 동네 씨름판이 아니라 천하장사 씨름판에 나서야 될 날이 오듯, 동북아시아 3개국도 일류 공동번영을 위해서 그런 역할을 감당할 때가 올 것이다. 그 첫 번째 조건이 한반도의 통일이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자 중진급 의원을 역임한 홍사덕 의장은 한반도 통일이 직면한 시대적 의미를 이렇게 풀어냈다.

◆ '그레이트 코리아'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문제 해결 없는 선진국 진입은 무의미 하다고 본다.
= 해결의 열쇠·활로는 북측에 있다. 미국이 동부 13개주에서 '서부로 서부로' 나와서 지금의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듯 우리도 '북으로 북으로'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 그 문제만 해결되면 세계 최대의 시장이 오른편에 있고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이 왼편에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했던 '밸런스' 역할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다. 20년 전, 통일만 되면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거라 얘기한 적 있다. 그 이유는 통일이 되면 현재 기준으로 하더라도 인구가 7500만인데,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6200~6300만 수준이다. 개개인의 경쟁력이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같은 일을 하는 같은 또래보다 결코 뒤지지 않으니 세계 5위로 올라가는 건 아주 당연하고 수월하다 생각한다.

◆민화협이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회환을 섞어서 지난 17년을 얘기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화협 제의하고 북에도 같은 기구를 만들도록 해서 합의를 본 것은 그보다 6년 앞선 해 (1992년)에 중국과 대만이 양안협회를 만들어서 관계개선을 도모한 것에서 벤치마킹을 했다고 본다
양안협회는 소걸음처럼 '느리게 느리게' 갔지만 현재 제 계산으로는 80% 정도의 통일을 달성했다고 본다. 예컨대 중국에 가서 살고 있는 대만사람들이 200만명이 넘는데, 이는 전체인구의 1할이다. 아울러 일주일에 중국-대만을 오가는 항공편수가 840편이 조금 넘는다. 대만처럼 작은 나라의 10개 도시에서 중국으로 뜨는 비행기가 있고 중국 52~54개 도시에서 대만으로 뜨는 비행기가 있다. 총 840편이다.
지난 중국 전승절 때 중국 CCTV가 그동안 항일전 드라마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었던 걸 집중적으로 방영했다. 보면서 가장 놀랬던 건 장계석 전 대만 총통에 대해 전혀 폄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눈에는 거의 찬양하는 투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양안 협회에서 착안해 남북 양측 민화협을 개시했는데, 지금껏 우린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회환'이라 했다.

◆중국 양안관계에 비해 남북관계가 소원치 않은 이유는 뭘까.
=일하는 방식의 차이다. 중국-대만은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면서도 공식적 의미를 부여했고 그 외에 잡다한 채널들은 사실상 없앴다. 남측의 경우, 온갖 단체들이 각개약진 식으로 대북접촉을 했다. 게다가 민화협의 성격도 공식채널은 아니더라도 정부의 방침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대북접촉을 해야 했는데 내부의 보수·진보단체들의 길항(拮抗) 때문에 그게 소원치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북측 민화협도 큰 역할을 못하게 된 거다. 그래서 이걸 바로 잡아보려고 민화협 대표를 맡은 지 2~3일 만에 북측 민화협 대표에 서신을 보냈다. 머리 맞대고 얘기하자고. 그런데 지금까지도 회신이 없다.

◆우리 내부의 문제도 있겠지만 북에서 아직 민화협을 대북 대표 단체로 보지 않는게 아닌가.
=북으로서는 당연히 그런 판단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민화협이 정부의 내밀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도 초기에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하지 못했고, 게다가 남쪽의 수많은 단체들이 제각각 열의를 가지고 접촉을 시도했으니 북측 민화협이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이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여러 군데 채널이 있고 한군데 채널을 고정시키지 않는다는 북측입장이 있다. 민화협이 대북접촉 창구로의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지금도 (민화협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는 있다. 지난 8월, 일부에선 '전쟁직전'이라고 말하던 시기에 유소년 축구단과 코치팀 등 84명이 평양에서 축구대회를 하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일을 해온 상호신뢰가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그와 같은 교류 가능케 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남북 공히 민화협의 역할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도도 했다. 두 달 전쯤에 이성헌 민화협 상임집행위원장이 개성에서 북측 민화협 사람들을 만나서 제의를 한 게 하나 있다.
 내용은 이랬다. '언젠가는 남측의 대북투자가 활성화 될 날이 올 거다. 남측에는 7000억~8000억 달러의 단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있으니 현재 지정된 25개의 경제특구에 제일 큰 투자고객은 남측 기업이 될 거다. 그러나 그런때가 와서 물고를 트기 전에 시간이 오래 걸릴 사전 정비작업이 있다. 5.24 조치 이전에 남측 기업이 북한에 투자한 것 가운데 약 50개는 제법 규모가 큰데 그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줄수 있는지가 본격적 투자이전에 해결돼야 한다. 시간여유가 있는 동안 북측 민화협이 이 문제에 대한 회답을 해주었으면 한다. 관대할수록 투자의욕은 높아지지 않겠나' 등 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회신도 없고 특별한 관심도 표시하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 경제적 측면에서 북중관계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마이너스일까 플러스일까.
=어떤 관점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를 논해야 할지 좀 어려운 일이긴 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1년 남짓 사이에 25개의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한 것은 이런 중국의 투자를 기대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중국인의) 그런 투자 의사가 거짓말처럼 전혀 없는 상황이다. 친구사이니까 그 이유를 솔직히 말하던데, 내가 옮기기엔 좀 거북스런 내용이라서 말하지 않겠다.

◆경제적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칫 잘못하면 북·중 간 관계가 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역시 경제적 안목으로만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중국 대륙을 굴기(倔起)시키는 지도부의 눈으로 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은 한마디로 미국의 MD(방어체계) 계획을 결정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올해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예산이 65억 달러 정도 되는데 북한이 그런 행동을 자제했으면 미 의회에서 65억 달러 예산이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지도부는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겠나.

◆남북관계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밸런스를 찾아가기 위해선 어떤것들이 필요할까.
=당태종이 말했듯 지나간 역사는 좋은 거울이다. 나는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도 지나간 일을 면밀히 살펴보면 나온다고 믿는다. 가령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가 북미 쌍방 간 계산 실수로 폐기되었지만 매우 지혜로운 해결방안이었다.
그런데 그때 왜 북한이 그 프로세스를 강행하도록 처신하지 않았는지도 화가 날 정도로 개탄스럽고 미국정부 역시 김일성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을 보고 북한체제가 오판할거라 믿었던 판단 착오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 깨달음과 반성의 기초위에서 지혜를 얻어내고 김정은이 열망하는 경제발전을 도와가면 궁극적으로는 핵 폐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실 10개 남짓으로 추산되는 핵무기를 2020년까지 100개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핵무기는 10개든 100개든 효용에는 차이가 없다. 지금이 동결하고 국제 감시 수락하고 멈칫하고 있는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시기이다.
 위대한 코리아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은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고 최선의 방법은 우리가 이미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페리프로세스의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핵과 미사일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고 국제 감시를 받아들이면서 북한이 절실히 필요하는 외자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워낙 교육 수준도 높고 양질의 노동력이기 때문에 1인당 소득 1만 불까지 가는데는 5~7년이면 충분할 것 이다. 핵 폐기는 그 즈음에 약간의 압박만으로도 가능하지 않겠나.
만약, 이처럼 산업화의 성공과 탄탄한 중산층을 만들면서 소득분배의 많은 신경을 쓴다면 중산층이 계속 무너지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남측의 사전에 비추어 남북한 동시총선거를 도모하더라도 해볼 만한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정은 위원장이 워낙 젊고 과단성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이런 방향으로 어드바이스를 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볼 때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이렇게 버틸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북한정권을 전망한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페리프로세스 1단계(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수용하면서 외자 특히 남측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들이면 공업화의 진전과 함께 두터운 중산층이 만들어 질 것이고 매우 평화적인 체제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체제전환이란 말에 화를 내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데올로기란 '여름하늘에 구름같은 것'이다.
'민족은 태산 같은 것'. 독일 민족이 신구교도가 갈라져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일 죽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 역시 이데올로기적 싸움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현 시점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남북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까.
=큰 일 일수록 소걸음처럼 가야한다. 중국의 양안협회가 일 하는 방식이 우보전략(소걸음 전략)이다.
만약 정권 유지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사정에 맞춰서 뭔가 이바지를 하고자 한다면 '페리프로세스'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건 바람직스럽다. 핵포기가 단칼에 되는건 아니니까.

◆남북관계에 있어 중국의 역할, 중국이 과연 통일을 원할 것인가.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에 중화민족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전개하게 된다.
경제규모 1,3,5위의 국가가 시냇물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함께 융성하는 거다. 일본과의 공동번영을 불가능 하다고 지례짐작하거나 태평양 건너편의 미국이 잠재적 적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가 갈라져 있으면 그러한 짐작이나 예단이 현실성 있는 얘기가 되겠지만 반도가 통일되고 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반도가 갈라져 있으면 정말로 미국인들이 말하는 중국의 파워 프로젝션이 늘 벽에 부딪히는데 통일이 돼 있으면 공동번영 외엔 미국도 길이 없는 거다. 태평양이 지중해처럼 변하는 거다.


※홍사덕 상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에 속한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 출신이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역할을 해왔다. 언론인 출신으로 1981년 제11대 민주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 정무1장관을 지냈다.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총무로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다가 이른바 '탄핵 역풍'을 맞아 17대 총선에서 낙선, 한때 험난한 길을 걸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후보로 당선해 6선 고지에 올랐으나, 지난해 19대 총선에서는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가족으론 부인 임경미(69)씨와 1남 2녀.

△경북 영주(70) △서울대 외교학과 △중앙일보 기자 △정무1장관 △16대 총선 한나라당 선대위원장 △16대 국회 부의장 △한나라당 원내총무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대담 박원식=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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