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YS]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 "대도무문, 목표 정해지면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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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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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공보·정무비서관으로 YS 지근거리 보좌…"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이셨다"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를 위로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진이 어디 갔노”

새벽5시 청와대 녹지원 경내. 조깅을 하러 나온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도열한 청와대 참모진들을 하나하나 살피더니 갑자기 역정을 냈다. 박진 공보비서관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참모진들과 265m에 달하는 청와대 녹지원 트랙을 25분간 12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에게 조깅은 참모진들과의 소통하는 창구이자, 개혁의 결의를 다지는 중요한 의식과 같았다고 박진 새누리당 전 의원은 말했다.

새벽 조깅에 불참한 박 전 의원은 홍인길 당시 총무수석에게 “대통령께서 역정을 크게 내셨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상의했다. 그러자 홍 수석은 대뜸 “너는 모레까지 조깅에 절대 나오지 마라”고 귀띔했다.

다음날 새벽에도 박진이 보이지 않자, YS 얼굴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딱딱하게 굳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셋째날 새벽에도 (박진이) 나오지 않자 YS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홍 수석에게 귓속말로 “박진이 어디 아프노?”하고 살짝 물었다 한다.

상도동계 막내로 YS 청와대 공보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 전 의원은 “YS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이었다”며 “대통령이 내 보고 후 어깨를 툭툭 치면서 격려의 말씀을 건네줄 때에는 모든 피로가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S는 배신은 용서하지 않지만, 실수는 너그럽게 눈을 감아주는 통 큰 정치인이었다. 그렇기에 절로 충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기 말에 터진 아들 비리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강경하고 단호했다.

1997년 5월 17일, 여느 때처럼 참모들과 새벽 조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새벽을 가르는 긴박한 전화벨이 울리고, 수행 비서가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검찰총장의 전화였다. 아들 현철씨에 대한 수사 결과 보고를 듣던 김 전 대통령은 “처 넣어뿌라!” 큰 소리로 단호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박 전 의원은 회고했다.

아들 현철씨는 1997년 1월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사건이 터지자 ‘한보비리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그해 5월 17일 기업인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66억여 원을 받고 12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돼 2년간 실형을 살았다.

박 전 의원은 YS 리더십에 대해 “한마디로 대도무문”이라며 “옳고 그름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정면돌파해서 목적을 성취해냈다. 민주화, 금융실명제, 역사 바로세우기 등이 그런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YS서거 당일부터 서울대병원 빈소와 서울시청 시민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내내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그는 단체 조문객인 학생․어린이들에게 김 전 대통령의 삶과 업적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기도 했다.

영결식 전날인 25일 밤에는 시민광장에 밤새 머물며 ‘나홀로 추도식’을 열었다. 박 전 의원은 26일 영결식을 마치고 나면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나는 만큼 각별했던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되새기기 위해 조용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큰 어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김 전 대통령께서 유언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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