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스타] 거미, 나이들며 성숙미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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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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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사진=거미 페이스북]

가요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대를 통해 노래하는 가수들이 주목받았다. 열창 가수의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장르가 세분화되고 노래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하게 됐다. 발성법을 통해 각자의 한계를 극복해가며 보다 난이도 높은 소리를 구사하기에 이른 것.

2000년대로 들어와 더욱 빼어난 발성과 좋은 호흡법을 구사하는 실력 있는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거미(34)도 그 중 하나다.

거미는 데뷔 때부터 뛰어난 테크닉과 다채로운 톤 컬러, 그리고 파워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어린 나이를 무색케 했다. 오죽하면 거미를 일컬어 ‘젊은 세대 여성 최고의 알앤비(R&B)보컬’,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감성파 테크니션’ 등등 온갖 수식어가 붙었을까.

거미는 기본적으로 파워풀한 진성을 주 무기로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 양념 격으로 가성을 구사하기도 한다. 때론 가성 때문에 음색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을 정도다. 가성과 진성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거미의 노련한 활용술은 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할 가치가 있다. 거기에 여성적 섬세함과 남성적 선이 굵은 파워 모두를 갖춰 중성적 느낌의 소리까지 창출한다. 거미의 놀라운 점이다.

또한 거미는 알앤비를 노래할 때 난이도 높은 즉흥적인 스케일 구사력이 탁월하다. 부분적으론 알리샤 키스의 영향이다. 스케일 구사시 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수준으로 빠져 나간다. 저음역에서 중고음역으로 이동시에도 음정 밸런스가 좋다. 소리와 노래를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영역이다.

어느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 발군의 가창력, 그러다보니 당사자에겐 긴장의 연속일 수 있다.

예전의 거미는 라이브를 할때 목이 빨리 쉬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취약점들은 곧 해결되었다. 오래 노래해도 목이 쉬질 않는 내공을 쌓은 것이다. 또한 이전 거미의 음색은 어둡고 무거운 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보다 밝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소리 구사 역시 더욱 자연스럽고 편해졌다.

여기에 “욕심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고 재미있게 작업한다”는 마인드가 음악적 가치관처럼 됐다. 미니앨범 [사랑했으니…됐어] 쇼케이스장에서 거미는 “(좀 더)쉬운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혹자는 거미만의 특장점을 살리기 보다 트렌드를 따라감으로써 평준화로 치닫는 게 아닌가 우려하기도 한다. 거미만의 음색이 아니라, 보다 대중적인 감각에 맞는 색깔로 부드럽고 연하게 변하며 대중적 트렌드를 좆나? 결국 쇼비즈니스 논리와 전략? 등등.

고도의 테크닉과 정확성을 요하는 ‘하이킥’보다 쉬운 ‘잽’ 구사가 많아졌지만 상대에게 데미지를 축적케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잽이다. 진정한 일류 파이터들이야말로 잽이 예술이고 교과서다. 잽은 비록 쉬운 기술이지만 ‘한방’이 있는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려면 많은 연습과 실전이 필요하다. 거미의 변화도 고수의 잽을 연상케 한다.

임팩트도 여전하다. 다만 잽을 통해 좀더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찾으려 할 뿐이다. 대단함을 보여주는 ‘퍼포먼서’지만 이제 인생과 행복을 보다 쉬운 대중적 기호로 공유할 방식을 찾아 나선 것이다. 방법론의 변화, 이것은 또한 거미라는 30대 고수의 또 다른 내면적 성숙이기도 하다.

문화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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