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시대 재조명] 금융실명제 시행 '깜짝 발표'…"최고업적 중 하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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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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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통 보안' 준비 뒤 폭탄선언…금융거래 투명성 높여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고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실명제 시행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고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8월12일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깜짝 발표하기 전에도 지속적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번번히 실패해왔다.

금융실명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80년대 들어 각종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부터다. 당시 장영자·이철희 부부의 어음사기 등이 알려지면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에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해 도입키로 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등 경제적 충격을 감안해 번복됐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은행을 비롯한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였다.

김 전 대통령 취임 후 금융실명제 도입과 관련한 실무작업을 담당한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과거 정부에서도 논의된 바 있어 준비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최 회장은 금융실명제 시행 준비를 위한 일명 '주공아파트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분야 담당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최 회장은 "198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도입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약 10여년 걸린 것"이라며 "과거 정부 TF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에 대한 내용을 많이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최 회장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당시 과장)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 당시 꾸려진 '금융실명제 실시 준비단 TF'에서 일한 바 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주공아파트 TF에도 참여해 실무작업을 챙겼다.

그는 모든 진행과정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으나 과거에도 논의해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 당시 금융실명제 도입 준비작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당시 TF 멤버들은 정부과천청사 인근 주공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1993년 7월 27일께 TF에 들어가 2~3주만에 실무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당시 금융실명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에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국무회의 안건 등의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실명제를 시행한다는 사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에서 밤새 최종안을 찍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실명제 깜짝 도입으로 국민은 모든 금융회사와 거래 시 가명 또는 차명이 아닌 실명을 사용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실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인출이 금지됐다.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하는 시기도 철저히 계산됐다.

최 회장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금융기관의 영업이 종료된 오후 7시 45분에 발표했다"며 "워낙 갑작스레 도입했기 때문에 주말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관련 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목요일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실제 다음 영업일인 13일에는 모든 금융기관의 개점시간을 오후 2시로 늦췄다.

금융실명제가 갑작스레 발표된 만큼 금융시장에서 일부 충격은 있었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안정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당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에 주민등록증만 포함돼 있었으나 불편을 감안해 운전면허증과 여권으로 확대하는 정도의 사후조치만 있었다"며 "준비작업이 미진했다면 실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실명제는 날이 갈수록 투명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가 '투명사회'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도입 이전 1992년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9.1%로 전체 경제 규모의 3분의 1에 달했으나 도입 직후인 1993년 24.3%로 1년사이에 4.8%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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