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글로벌 조선소...구조조정 바람 앞 촛불 신세된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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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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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먼(廈門)의 한 조선소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 [샤먼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 불황에 전 세계 조선소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조선사들의 재무구조 악화 속에 범정부차원의 개입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조선업 구조조정 움직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일본과 중국은 일찌감치 정부 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체간 인수·합병(M&A) 등 조선업 다운사이징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살아남은 조선업체에는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으로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 또한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 경영상황이 악화되거나 잠재적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키로 했다. 우리나라 조선 '빅3'가 올해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조선업이 첫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구조조정 바람 앞에 촛불 신세가 된 조선업계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중국-일본, 정부주도 구조조정 '한창'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회사인 클락슨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소는 2008년 말 기준 612개에서 올해 9월 426개로 약 7년간 186여개가 사라졌다. 현재 전 세계 426개 조선소 중 내년 인도물량이 없는 조선소는 139개에 달고, 내년 인도물량 1~2척 이하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소는 296개에 달한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조선소가 이같은 존폐 위기에 처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경기둔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됐으며, 현재 148개의 조선소만 남겨져 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조선사의 폐업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3월 장쑤(江蘇)성 타이저우(泰州)시 소재 민영 조선업체 동방(東方)중공업이, 4월에는 원저우(溫州)조선그룹이 파산신청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5월에는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시 처즈다오(冊子島)에 소재한 민영 조선업체인 정허(正和)조선소가, 7월에는 난퉁(南通) 밍더(明德)중공업이 파산을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소를 육성하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51개 기업만을 선별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고, 이에 재무적으로 버틸 여력이 안 되는 조선사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일본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 인수합병 및 통폐합으로, 현재 40여개의 조선소만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에는 일본 철강업체인 JDE홀딩서 산하 유니버설조선(USC)과 중공업 IHI의 자회사인 IHI마린유나이티드(IHIMU)가 합병해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탄생시켰다.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각사의 LNG선 사업부를 합병해 LNG선 전문 조선사인 MI-LNG를 세웠다. 현재 일본 조선업은 JMU, 이마바리조선,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MI-LNG 5개사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현재 선박가격의 80%까지 1%대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등의 금융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또한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선박 수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마루가메 조선소는 지난달 176만3000CGT(41척)의 수주잔량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위권 진입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 '빅3' 부실로 불지펴진 구조조정 움직임
우리나라 조선소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업계 호황 국면 속에서 부산, 통영, 거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발주량 급감과 재무구조 악화에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과거 2006년 67개까지 늘어났던 우리나라 조선소는 지난해 말 기준 53개로 줄어들었다. 사라진 조선소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같은 기간 58개에서 44개로 줄었다.

'리먼 브라더스'로 대변되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조선사는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이다. 또 대한조선, 신아SB, 진세, 오리엔트 등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세광조선, C&조선, 녹봉조선, 삼호조선, 21세기조선 등은 매각됐거나 파산했다. 지난해 5월 이후 한 건의 선박수주도 하지 못한 SPP조선 또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소형 조선소에서 시작된 부실은 대형 조선소로 확산되고 있으며, 남은 손실 규모도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업계 위기감은 고도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연간 총 7조4000여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빅3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4조7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 3조원 가량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 

'빅3'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의 위기에 정부차원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처럼 기업간 합병을 시도하거나, 중국처럼 자생력이 없는 조선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애널리스트는 "세계 조선소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은 2012년부터 시작됐고, 지금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2016년 인도물량이 없는 조선소가 사라지고, 선박 미인도 사태로 자금유동성 위기에 처한 조선소들의 파산 소식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재무구조가 안 좋은 조선소는 선주들이 발주를 꺼리고 있어 앞으로 수주도 어렵다"면 "결국 기술력이 있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조선소들 위주로 전 세계 조선산업은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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