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 그레이트 코리아]권병현 한중미래숲 대표..."스스로를 과소평가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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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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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구 살리기에 앞장서야"

 

기자가 외교부를 출입할 당시 1998년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권병현 중국대사를 만났다. 지금도 권병현 대사는 특유의 흰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권병현 대사는 외교부를 퇴임한 이후 14째 지구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내몽고 지역에 나무를 심는 NGO인 한중미래숲 대표로서 여전히 현역 때의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에 있는 한중미래숲 사무실에서 영원한 현역인 권병현 대사를 만났다.

문> 한중 수교에 많은 역할을 한 뒤 중국대사도 지냈는데, 두 나라는 수교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답> 한중 수교가 이뤄진 것은 1992년이다. 23년 전이다. 중국 대사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역임했다. 나로서는 한중 수교에 있어 조산원 역할을 했다고 자임한다. 한중 수교는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다. 그것은 상대국가인 중국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임팩트(impact)가 컸다는 이야기다. 한중 수교는 수교 전과 수교 후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하다. 난 한중 수교를 ‘잃어버린 100년’의 회복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특히 한중 두 나라가 인류문명사의 중심으로 재진입한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서방에서는 중국에 대한 비관론이 많다. 이른바 중국 붕괴론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론은 문제가 많다. 아무도 중국이 G2로 부상할 지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이 전쟁을 겪은 후 이처럼 세계 10번째 수출대국으로 부상할지를 모른 것과 흡사하다.

서방에서는 매번 중국에 대해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써 나간다. 역사적으로 각 열강들의 각축전에서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마녀사냥 하듯이 깍아 내리기 일쑤였고, 새로운 문명이 나타났을 때도 기존의 문명들이 새로운 문명을 비난한 것과 같은 것이다.
 

권병현 전 중국대사가 서울 종로구 미래숲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문> 한중 두 나라가 인류문명사의 중심으로 재진입 했다는 정의가 흥미롭다. 지금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데?

답>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가 지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미국 태생의 학자가 한국에 대한 책을 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 책의 추천사를 내가 썼다 그 추천사 중에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문화, 문학, 예술, 고대부터의 행정 및 한국 전통 농업 안에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는 데 꼭 필요한 노하우가 숨어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전통 속에 기후 변화와 빈부 양극화 같은 전 지구적인 난제를 푸는 열쇠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 한국인들조차 낡은 신념으로 치부하기 쉬운 홍익인간, 예학, 옛날식 전통 유기 농업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주제는 우리가 얼마나 우리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가를 직시하라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G20에 진입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들파워(middle power)까지 오른 대한민국을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을 바라보면 제대로 된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그레이트 코리아로 가는 첫 걸음일 수 있다.

문> 한국에 대한 평가를 너무 높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답>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 걸쳐 세계적인 수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우리로서는 출발이 늦은 현대 무용계와 클래식 음악계, 최근에는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가들이 한국의 무대에 오르는 것을 부러워할 정도다.

불과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DNA속에 무한한 잠재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를 한중 관계와 관련시켜보면, 한중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세계 문명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 근대사 기간 동안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한중 수교를 계기로 인류문명사의 중심으로 원상을 회복한 것이다.

즉 과거의 화려한 과거로 복귀하는 것, 난 그것을 원상회복이라고 부른다.

서방에서 동양문화에 대한 폄하에 너무 길들여져 온 시간들이 길었다. 이제는 올바른 시각과 균형이 잡힌 시각을 가질 때가 되었다.

문> 외교관을 그만 둔 이후 미래숲 대표로서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해왔다. 미래숲은 어떤 단체이며 어떤 활동에 주력하나?

답> 미래숲은 한마디로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고민한 끝에 선택한 것이다.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약칭 한중미래숲은 황사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지난 2001년에 설립됐다. 당시 난 한중 수교 예비교섭 대표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02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즉 공청단과 협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14년째 교류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 내역을 간략히 소개하면 2002년 중국 서안에서 최초의 한중우의림기념비를 건립하고, 2006년부터 중국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 녹색장성(綠色長城)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 공로로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외국인 최고 훈장인 국가우의장을 수상했고, 올해는 공청단 중앙과 국가임업국이 선정한 중국삼림영웅이 됐다.

지난 2013년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칭화대학 연설에서 ‘한중미래숲이란 민간단체는 양국의 좋은 협력 사례다. 앞으로 이런 협력모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말이야말로 우리 단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중미래숲은 한마디로 인재의 숲과 사막의 숲이 만나 사막화에 맞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모인 글로벌 청년 인재 교류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구를 살리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나무 심기야 말로 지구를 살리는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 마지막으로 아주경제 독자들에게 싶은 말이 있다면?

답> 앞서 언급했던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추천사 가운데 법화경의 ‘무가보주(無價寶珠)’를 강조한 바 있다. 무한한 가치를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모른다는 비유다. 그래서 이렇게 반문한다. ‘당신들 안에 보물이 있는데 왜 그걸 찾으려고 하지 않나요?’

[인터뷰 및 정리 =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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