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박한 공간마다 작가정신 담겼네…中 젊은 작가 리칭의 '8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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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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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리오뮤지엄의 '뮤지엄 인 뮤지엄' 프로젝트

서재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리칭. [사진=조가연 기자]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중국 작가들은 전시가 끝나면 꼭 가라오케에 가서 뒤풀이를 합니다."

서른다섯의 젊은 작가 리칭은 자신이 연출한 가라오케방 앞에 서서 유쾌하게 웃었다. 소파와 마이크, 가사가 흘러나오는 노래방 기기까지... 공간은 두 사람이 겨우 앉을 만큼 좁았지만 가라오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준비한 '뮤지엄 인 뮤지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은 중국의 1980년대생 작가들을 대표하는 리칭이다.

상해와 항주를 주 무대로 활동해온 리칭은 2000년대 중반 '틀린 그림 찾기' 시리즈와 '부분적으로 결합했다가 취소한 이미지' 시리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 등장했다.

전통적인 아카데미 방식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그 법칙을 깨뜨리는 형태의 작업을 통해 '지적인 회화'란 그만의 법칙을 만들어낸 리칭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8개의 방'이란 주제의 이번 전시는 전시장 내부를 작가의 개인 공간처럼 꾸몄다. 살롱, 서재, 작업실, 침실, 다이닝룸, 가라오케룸, 샤워실, 화장실로 구분된 전시장은 다소 좁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공간마다 작가의 정체성이 강하게 묻어났다.

일반적인 중국 작가들의 살롱처럼 꾸며진 방엔 작가가 한국 미술잡지에서 발췌해 회화로 재가공한 작품이 걸렸다. 서재 책장을 채우고 있는 것 역시 스튜디오나 미술관에서 볼법한 잡지와 카탈로그들이다. 리칭은 "한국 미술계가 논의하고 있는 주제들이 중국 작가들의 고민과 매우 비슷하다"며 "국적, 성별, 나이를 떠나 동시대 미술계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이닝룸(식당)은 작가가 과거에 열었던 개인전들의 개막식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꾸며졌다. 서양미술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미술계의 생리가 비슷하고 이 때문에 개막식마다 별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작품이다.

작가는 그림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자신의 얼굴은 작품마다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흐릿하게 표현했다. 쳇바퀴 돌 듯 유사하게 되풀이되는 시스템 속에서 작가 본인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은 미술계의 단조로움을 풍자하는 듯하다.
 

총 8개의 방 중 4개의 방에는 '가짜 창문'이 설치됐다. 사진은 침실에 설치된 가짜 창문의 모습. [사진=조가연 기자]


일인용 침대와 녹색의 작은 협탁이 놓인 침실에선 검정 프레임의 커다란 창문이 단연 이목을 끈다. 창문이지만 밖을 내다볼 수는 없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가상의 창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원래 창문이 있던 공간을 제외한 4개의 방에 '가짜 창문'을 설치했다.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처럼 표현됐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공간이라는 '8개의 방' 전시와 잘 맞아떨어진다.

침실에 설치된 가짜 창문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작가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침실은 매우 사적인 공간인데 이 그림은 대도시의 대중적인 공간을 보여주고 있으니 서로 대비되어 재밌다"고 설명한다. 가라오케와 서재, 화장실에서도 각기 다른 가짜 창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리칭은 "각 방의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고민을 담아 연출했다"며 "현재 활동하는 작가로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변화해갈지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일 아라리오 그룹 회장은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 반했다. 중국은 아시아 미술의 게이트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리칭의 이번 전시는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대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씨킴(CI KIM)이란 이름으로 직접 작품활동도 하는 김 회장은 "리칭의 전시 일정에 맞춰 1층에 걸린 내 그림들도 새로 바꿨다"며 이번 전시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02-73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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