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내 딸 금사월' 막장도 막장 나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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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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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내 딸 금사월' 방송 캡처]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 이재진)이 10회 만에 시청률 20.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순옥, 백호민 콤비의 이전 작품인 ‘왔다 장보리’도 3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저녁을 책임진 바 있다.

하지만 김순옥 작가는 늘 ‘막장 드라마’ 논란에 시달렸다. ‘왔다 장보리’ ‘다섯 손가락’(극본 김순옥·연출 최영훈)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연출 오세강) 등의 작품은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억지스러운 설정과 전개 때문에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다.

‘내 딸 금사월’도 마찬가지다. 극의 전개는 빠르고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는 보는 이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왔다 장보리’와 ‘아내의 유혹’ 등 지난 작품에서 작가는 극단적인 선악 구도를 만들어 왔다.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금사월(백진희 분), 오민호(박상원 분)로 대변되는 ‘선’과 강만후(손창민 분), 오혜상(박세영 분)이 표현하는 ‘악’은 극단적이다.

금사월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며 오민호는 정의감으로 무장했다. 반면 강만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고아원이 무너져도 꼼짝 하지 않는 악의 화신이며 오혜상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친부와 친구의 죽음도 아랑곳하지 잔인한 캐릭터다.

모두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다. 전작 ‘왔다 장보리’도 '내 딸 금사월'과 비슷한 악역 연민정(이유리 분)과 선역 장보리(오연서 분)의 갈등으로 극의 전반을 끌어나갔다. 때문에 뒤에 이어질 ‘내 딸 금사월’의 내용 전개나 구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선은 승리하고 악은 패배하는 전형적인 스토리에 가까워 보인다.

‘내 딸 금사월’은 오혜상의 아역 연기자 이나윤의 열연으로 주목받았다. 이기적이고 지독한 어릴 적 오혜상을 잘 표현해냈다.

하지만 오혜상 캐릭터는 그 자체가 과하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친부의 자식임을 부인하기 위해 고아원 원장 아버지와 친구를 사무실에 가둬 죽이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인다. 또 아버지의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버지가 건물이 무너지는 시점에 도박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 진술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사실 스릴러에 나오는 싸이코패스급 범죄다. 이 역할로 분한 아역 배우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극중 시간이 지나 아역들이 성장한 후에도 억지스럽다. 극중 200년 된 소나무가 없어진 후 금사월에게 책임 소재를 따져 묻는 오혜상과 잠시나마 사월을 의심하는 양아버지 오민호에게는 전혀 논리나 개연성이 없어 공감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소나무를 찾은 후에도 경찰에게 알려 도난범을 찾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굳이 직접 트럭을 운전해 소나무를 운반하는 금사월의 모습은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한다. 이를 친모 신득예(전인화 분)와 금사월을 만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라 치더라도 자살하려던 득예를 말리다 신발이 벗겨지며 발에 있는 점이 보여 사월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우연에 의존하는 드라마 전개 방식의 정점이다.

가족들이 보는 저녁 시간에 적절치 않은 구성도 보기에 민망하다. 강만후와 신득예는 모두 혼외 자식이 있고, 심지어 만후는 본처와 둘째 부인을 함께 데리고 살고 있다. 또 주인공 사월은 득예가 친구의 남편 오민호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몰래 낳은 딸이다. 오민호는 아내 한지혜(도지원 분)를 속이고 친딸을 모르는 아이인척 입양해 키우고 있다. 이 정도면 ‘출생의 비밀’이란 막장 소재의 식상함은 둘째 치고 인물관계가 너무 복잡해 드라마를 챙겨보는 이들도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내 딸 금사월’이 방송되는 주말 오후 10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쉬며 TV를 시청하는 시간대다.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확보하기 좋은 구조다.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것도 좋지만 공중파의 드라마에는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이 필요하다. 감독은 지난 9월 제작발표회를 통해 “이번 작품은 전작 ‘왔다 장보리’와는 다르다”라고 했다. 분명 다르긴 하지만 오히려 더 심한 ‘막장 드라마’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빨리 그 적정선을 찾아가 오래 사랑받는 드라마 작가와 PD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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