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노예해방과 금리인하요구권 그리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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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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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이정주 기자]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해방의 상징으로 통한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월 1일 링컨은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역사적 아이러니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링컨은 노예해방보다 남북의 통합에 더 관심이 있었고, 노예해방선언은 통합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에 불과했다. 1862년 링컨은 ‘뉴욕 트리뷴’ 기고문에서 "미 합중국의 통합을 위해서라면 노예제도를 찬성할 수도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공업이 발달한 북부가 대농장을 보유한 남부를 꺾고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 고안한 전략 중 하나가 노예해방선언이었고, 그 결과 북부는 도덕적 명분과 남부의 경제적 기반 붕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비록 노예해방선언이 전략적 선택에 불과하다해도 후대의 누구도 링컨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과정에서의 흠결보다 그가 이룬 결실이 인류를 진일보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금리인하요구권’ 홍보대책을 보며 노예해방선언이 떠올랐다. ‘소비자권리 제고’라는 명분에 걸맞는 실천방안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5월 SMS문자 또는 이메일 등 전자매체를 이용한 홍보 강화 지침을 일선 은행에 전달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후 1년이 넘은 시점에도 대부분 은행들은 홍보에 미온적이다. 당국의 발표 이후 2개 은행에서 홍보 이메일을 한번 보냈을 뿐 SMS문자 홍보는 전무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을 굳이 발벗고 나서서 홍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익적 명분도 좋지만 정책은 결과가 중요하다. 명분과 실리를 결합해 만들어낸 노예해방으로 역사는 발전했다. 고고한 명분만 내세우다 실패하는 것보다 실천방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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