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씹던 껌’과 김영란법…아멘충성교회 담임목사 이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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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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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충성교회 담임목사 이인강[사진제공=아멘충성교회 ]

싱가포르는 개인소득이 아시아 최고로 무려 5만6000달러에 달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청결한 나라가 싱가포르가 아닐까 싶다.

이런 선진국에 믿기 힘든 법이 있다. 바로 껌에 대한 규제 법안이다.

의사 처방전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의약용 껌이 허용되고, 껌을 사고팔거나 씹으면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씹던 껌’을 도로에 버리면 태형까지 당한다고 하니 공포 그 자체이다.
 
주지하다시피 껌 씹기는 인간에게 많은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저작(chewing)활동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음식을 씹는 행위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건강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무언가를 씹는다는 것은 인간의 뇌활동에도 도움을 줘 치매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높여준다. 또한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껌의 효능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껌의 효능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가 강력 규제하는 취지는 단순명료하다. 껌 씹는 행위가 불량스럽고, ‘씹던 껌’으로 도로가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입법 취지는 좋으나 결과적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자유’를 박탈하는 악법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김영란법’ 이야기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이다. 범위가 너무 넓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김영란법은 대상자가 무려 300만명에 달한다.

한 단계만 더 넓히면 아마 전 국민이 김영란법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도 있다.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더 큰 문제점은 대상자에 언론인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누구인가? 바로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비판하는 파수꾼이 아닌가?

그런 언론인을 공직자와 동일선상에 놓고 감시·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권력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부자가 되기 위해 언론인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김영란법에 의해 잠재적인 법죄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엘리트의 언론계 유입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예가 종교계에도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 실현이란 입법 취지로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추진 중이다. 희생과 봉사로 종교 활동을 하는 성직자를 한 번에 근로자로 만드는 위험한 법안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 주제를 더 이상 논하지 않기로 한다.
 
예수님은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마 24:42)고 말씀하셨다. 언론인이 항상 새벽처럼 깨어 있어야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씹던 껌’을 종이에 싸서 버리는 충분한 도덕적·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태형이란 물리력으로 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싱가포로의 껌 입법 취지는 더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인간 최고의 가치인 ‘자유의 박탈’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영란법도 종국에는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충분히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은 껌 씹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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