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메르스 사실상 종식 선언: 비밀과 거짓말…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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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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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8일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감을 모두 떨쳐버리고 경제생활 또 문화와 여가 활동, 학교생활 등 모든 일상생활을 정상화해주시기 바란다. 그렇게 하셔도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메르스 사실상 종식 선언은 지난 5월20일 첫 환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69일 만이다.

필자는 메르스로 대한민국이 최악의 공포에 시달리던 6월11일 칼럼 “21세기 신종 전염병, 메르스와 비만”을 몇몇 주요언론사에 게재한 바 있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사진제공=맥신코리아]


사실상 찾잔 속의 태풍을 끝날 비교적 전파성이 낮은 전염병 하나로 온 나라가 난리를 치는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적지 않은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필자는 2010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로 무슨 전시통과 같은 상황이었다. 침대가 모자라 통로에 야전침대에서 있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다른 병원에서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인술로 살아나는 것을 목격한 필자는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의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이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

하지만 서울삼성병원은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몰리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급기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일도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 입장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뺨 맞은 꼴이다. 6월13일 한국과 WHO 합동 평가단은 국내 메르스 확산 사태의 원인으로 감염병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부재, 열악한 의료 환경, 한국 사회의 의료 쇼핑 관행과 문병 문화 등을 꼽았다.

왜 사람들은 조류독감,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는 것일까?

이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흡연, 음주, 비만에 비해 수백분의 일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비이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선택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불완전한 존재이다.

심리학자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인간은 기껏해야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용어로 “인간은 약간 모자르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성과 합리성은 분명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홈쇼핑에서 필요치도 않는 물건을 마구 사댄다.

특히 두려움이나 공포 앞에서 우리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보험회사의 그 유명한 ‘공포마케팅’이다.

이번 메르스 공포마케팅에 숟가락을 얹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그 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기자회견은 ‘공포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제 메르스는 끝이 났다.

하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수많은 비밀들과 거짓말들은 영원할 것이다.

69일 만에 이렇게 완벽하게 메르스를 종식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다. 메르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정부, 의료진과 국민이다. 메르스 확산 원인을 박근혜 정부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은 절대 메르스 종식 주역으로 박근혜 정부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정부·기업·단체들은 전혀 다른 형태의 환경에 직면해 있다. 정보의 공유라는 긍정적 측면을 넘어 유언비어·음모론으로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이런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정부·기업·단체들은 항상 느리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앨빈 토플러가 일찍이 예언했듯이 이미 권력이 대중에게 이동되었기 때문이다.(POWERSHIFT) 삼성서울병원처럼 훌륭한 병원이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병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이다.

남양유업 갑질논란, 땅콩회항, 메르스, 국정원 해킹...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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