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협상, 중국의 벽에 막히고 미국의 압력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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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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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협상에서 안일한 대응으로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내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액정디스플레이(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관세철폐 품목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지난해 합의를 8개월에 걸친 교섭에도 불구하고 거의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당초 협상 참가국들은 이번 ITA 확대협상에서도 IT제품의 관세철폐 품목 추가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대만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LCD와 OLED의 품목 추가 협상이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해서다.

해외 매체들도  ITA협상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이미 합의를 끝낸 추가품목을 한국이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IT대국인 한국의 반발이 워낙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ITA 확대협상(ITA2)에서도 한국이 강력하게 제기한 LCD 품목의 관세철폐 제안을 중국이 반대해 협상 자체가 결렬된 바 있다. 당시 한국과 중국 양 협상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약 1주일 동안 LCD 품목 추가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점 도달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대표단은 일시적으로 교섭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섭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대만은 다방면에서 중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LCD에서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LCD 품목 제외는 그들의 레드라인"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중국이 LCD 품목 추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아직 중국 국내 LCD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이를 보호해야할 품목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LCD 산업과 관련해 '3년 행동계획'까지 세우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ITA 협상에서 각자가 유리한 품목을 먼저 논의해 합의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춘 의료기기를 관세철폐 품목에 추가했고, 중국은 LCD와 OLED 등 보호가 시급한 품목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에 지속적으로 서한을 보내고 의견을 개진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막판에는 LCD와 OLED 중 OLED만이라도 품목에 추가할 수 있도록 협상했으나 중국이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미국은 미국대로 ITA협정이 한국 때문에 지연되고 미·중 합의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한국에게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관세철폐 품목에 디스플레이가 빠진 것은 안타깝지만 일부 부품이 포함된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LCD와 OLED가 이번 관세철폐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게 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과 LCD 부문의 기술격차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OLED도 중국과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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