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의혹 국회조사 '맹탕'…이병호 '자료제출 없이' 결백 주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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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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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소문 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것이 없었다. 국회가 27일 국가정보원의 불법해킹·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 진상조사에 돌입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국정원의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국정원은 이번 해킹 의혹의 중심에 있던 숨진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파일의 복구 자료도 이날 제출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또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방점을 찍고 본격적인 국정원 해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의혹과 관련, 국회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뒷줄 왼쪽은 한기범 1차장, 오른쪽은 김수민 2차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정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개최, 각각 이병호 국정원장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을 출석시켜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검증에 돌입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이병호 국정원장의 '입'이었다. 그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직(職)을 걸고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정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의 해킹·민간인 불법사찰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고 한 정보위 소속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특히 그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과 관련, "국내 사찰은 전혀 없고, RCS으로는 카카오톡도 도청이 불가능하다"며 PC·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도 거듭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정원장은 또한 야당이 해킹 의혹 규명과 관련해 민간전문가 참여를 요구한 것과 관련, "(국회의원들이) 데려온 기술자들에게 (자료를) 열람·공개는 못하지만 국정원의 기술자와 간담회를 통해서 이야기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과 국정원 관련 기술자들의 간담회를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당초 예고한 대로 이날 국정원은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파일을 복구·분석한 결과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의 구체적 자료에 접근할 수 없고, 기술적으로도 볼 수 없었다"면서 "이 국정원장이 굉장히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정보위원은 "비공개 회의고 어떤 자료도 교부를 못한다. 정보위에 (국정원이) 물리적으로 자료를 줄 수가 없다. 페이퍼도 주고 다시 수거해간다"고 국정원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또 다른 정보위원 역시 "오늘 삭제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이 있었다"면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그런 부분을 삭제했구나' 의원들이 알 수 있도록 (국정원이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 국정원장 옆으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자리해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같은 시각 열린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도 미래부가 국정원을 대신해 해명하는 내용이 주였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의 RCS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을 위한 '인가' 필요성을 정부에 캐물었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소프트웨어는 무형물이라고 보기 때문에 감청설비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인가의 불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최 장관은 "현재까지 소프트웨어로 감청설비의 인가를 신청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중개한 '나나테크'가 RCS 수입 후 신고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감청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회의 진상조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검찰도 국정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공안·안보사범 수사를 지휘하는 2차장 산하의 공안2부(부장검사 김신)에 배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새정치연합의 고발장을 접수해 주말을 거쳐 내용을 검토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의 핵심 수사 사안은 국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다. 현재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법사찰 여부는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향후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 등을 주시하며 우선 자료 수집·분석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킹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수사 인력을 보강할지도 수사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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