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허술한 세법이 소비의 왜곡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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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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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임의택 차장.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올해 상반기에 팔린 수입차는 11만9832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무려 27.1%나 증가한 수치다.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수입차시장만큼은 예외인 셈이다.

이 기간에 국내 완성차업체의 내수 판매는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쌍용차와 기아차의 판매가 증가했으나, 판매량이 가장 많은 현대차는 3% 줄었다. 한국GM과 타타대우, 대우버스도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경실련이 밝힌 자료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경실련이 한국수입차협회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1억원 이상 수입차의 경우 2014년 총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가 업무용으로 구매한 차다. 2억원 이상 수입차의 경우 87.4%가 법인차였다. 이들 차종 중에 대당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5대),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고스트(28대)는 100% 법인 명의로 팔렸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도 모두 법인차로 판매됐다. 이런 식으로 개인사업자들과 법인이 지난해 내지 않은 세금은 약 4930억원에 이른다.

물론 비싼 차를 법인용도로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국내 세법상의 허점이다. 업무용 차의 경우 현행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에 따라 차 구입비, 취득세, 보험료, 수리비, 유지비 등 전액 경비 처리가 가능해 세제감면 혜택이 크다. 어떤 차를 사든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으니 비싸고 폼 나는 수입차를 굴려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법 개정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과거 배기량이 큰 자동차의 세금을 비싸게 매기다가 지금처럼 배기량 2000cc 이상 자동차에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게 된 건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통상 마찰이 생길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물론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사례는 있었다. 현대차 출신의 이계안 의원이 2007년에 업무용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3000만원을 기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비슷한 법안이 두 차례 더 나왔다. 그러나 통상마찰을 우려해서인지 이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업무용 차의 기준이 명확하다. 미국의 경우 표준공제(Standard Mileage Rate)방식과 실제비용공제(Actual Car Expenses)방식 중 한 가지 선택해 업무용차량 경비처리를 신청한다. 총 주행거리 중 업무용 사용분에 한해서 경비처리가 가능하고, 단순 출퇴근 사용은 경비처리가 불가능하다.

캐나다는 업무용 차량 구입가격 중 3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2684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경실련은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업무용 경비처리 기준을 3000만 한도로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해 최고세율을 적용할 경우, 정당한 세금 부과만으로 연간 3058억원, 5년간 1조5288억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에도 일부 타격이 있겠지만, 불필요한 수입차 구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의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허술한 세제는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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