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 "헤지펀드 늘지만 전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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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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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헤지펀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대길 사진기자]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검증 안 된 쉐프가 재료조차 모르면서 참견만 많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요 기관 책임자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각종 투자 관련 위원회에서 책임자들에게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제대로 된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도 우려했다.

최근 대체투자 산업은 국내 금융산업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는 유동성이 높은데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헤지펀드는 롱쇼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는 반면 투기적 성향이 강하고 리스크도 크다.

정삼영 원장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졌다"며 "특히 목표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기관들의 경우 고수익을 위해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공제회도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상 첫 2조원 규모의 헤지펀드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위탁수수료 절감을 위해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역량이 뛰어난 해외 운용사에 직접 자금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도 8%의 대체투자 비율을 올해 안에 15%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기금 운영책임자들은 헤지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원장은 "각 기관의 투자 책임자들은 펀드 매니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쉐프"라며 "그러나 이들은 투자 철학이나 경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채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헤지펀드를 투자할 때 규모에 치우치는 점도 지적했다. 정 원장은 "전문가가 없다보니 사이즈 위주로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위험관리 차원에서 규모가 커야 검증된 곳이라는 생각도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지만, 투자 풀을 넓힐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투자 목적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헤지펀드 투자는 무엇보다 매니저 스킬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헤지펀드를 놓고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품을 골라내야 한다"고 전했다.

외부 투자 관련 위원회들도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시민위원회로부터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승인을 받는데 9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체투자 분야의 비전문가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들이 공적기금이란 이유로 말이 많아지면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위원회들이 너무 규제를 하다보니 운영 책임자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다"며 "전문가라면 조언이 되겠지만 비전문가들이 대부분이라 중요한 투자의 발목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 책임자 등 매니저에게 전권을 주고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정 원장은 "칼자루를 매니저에게 전부 넘기고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감시는 필요하지만 불법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하고 규제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 책임자에 대한 임기가 정해져 있고, 짧은 편인데 자주 책임자를 바꾸면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투자를 전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과 긴 임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국내 대체투자 산업에서 가장 절실한 건 전문가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체투자 경험이 적고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정작 인프라가 없어 투자가 정체되는 모습이다. 대체투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정 원장은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적기 때문에 해외 전문가를 데리고 오거나 해외 운용사에 일임하는 방법을 택한다"며 "그러나 급여 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해외 인력을 아웃소싱하긴 어렵고 운용사에 일임하는 건 펀드 오프 펀드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투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짜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연기금이 이런 교육에 투자하고 대체투자 시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대체투자연구원을 설립한 정삼영 원장은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재무 박사 학위와 보스턴칼리지에서 재무 석사 학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의 금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매사추세스대 산하 국제대체투자연구소의 연구 위원이다.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영대 종신교수를 맡고 있으며, 우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과 자산운용분야 학술자문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지난 18년간 헤지펀드 관련 분야에서 교수와 자문위원, 펀드매니저로서 활동해왔다.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뱅크그룹 산하 글로벌 헤지펀드에서 매니징 디렉터를 지낸 바 있다. 미국금융협회(AFA) 및 금융매니지먼트협회(FMA), 유럽금융협회(EFA), 대안투자매니지먼트협회(AIMA), 한·미금융협회(KAFA) 등 실무 협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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