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단독 3000억원 지원 성동조선해양, 일단 위기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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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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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에서 건조한 200번째 선박인 10만9000t급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성동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문지훈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26일 3000억원을 단독 지원을 결정함에 따라, 이달 말 자금지원이 안 될 경우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눈앞에 뒀던 성동조선해양이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수은의 지원 금액은 당초 희망했던 420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길어봐야 7월까지 견딜 수 있는 수준 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수은의 지원안을 거부해왔던 우리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다른 채권단은 주채권 은행인 수은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의 주장대로 수은은 이번 단독 지원을 결정하는 등 책임있는 결단을 내렸다. 타 채권단이 수은과의 협의에서 어떤 자세로 나올지가 성동조선해양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수은은 26일 오전 여신협의회를 개최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와 관련해 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단독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단독 지원하기로 한 자금을 손실부담요건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채권금융기관에 전달해 동의 여부를 물을 계획이다.

수은 관계자는 “여신협의회 결과를 이날 오후 중 각 채권금융기관에 전달할 생각”이라며 “오는 7월까지 성동조선해양이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권금융기관의 지원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수주 중단이나 위탁경영 등 이슈가 됐던 자금지원에 대한 회사의 이행 조건(옵션)은 채권단에 전달할 문서에는 빠져 있다”며 “문서상에는 빠졌지만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하자고 구두로 전달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성동조선해양 채권단 의결 비율은 수출입은행 51.40%, 무역보험공사 20.39%, 우리은행 17.01%, NH농협은행 5.99%, 기타 5.21%이다.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약 4조원에 달하는 75척의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00만3000CGT(재화중량톤수)로 전 세계 단일 조선소 가운데 9위에 올라있다.

지난 5년간 뼈를 깎는 고통에 해당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키워낸 경쟁력으로 지난해부터 상선 수주에 나선 결과다. 특히, 현재 수주잔량은 상선시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주사에 인도후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알짜 물량들이다. 현재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는 발주물량의 적기 인도를 위해 야간 및 주말근무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채권단에 대한 채권도 상환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생산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생산에 필요한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당장 이달 안으로 회사가 막아야 할 자금이 협력사 미지급, 자재대금과 인건비 등 총 1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만약 부도처리 됐다면 성동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성동조선해양이 선박을 적기에 완공하지 못할 경우 선주는 선수금환급보증서(RG)발급은행에 선수금환급을 요구(RG Call)하여 선수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채권단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등 회사의 영업기반은 무너지게 된다.

우리은행과 무보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지만 다행히 수은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끝에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수은의 지원자금은 당초 추산했던 4200억원, 연말까지 5000억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 7월 이후 필요로 하는 운전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은 남는다. 수은도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우리은행과 무보 등 채권단이 빠지지 않고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점은 수은은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자체적으로 이번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인데, 단독 지원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정부도 성동조선해양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다른 채권단들도 향후 있을지 모를 추가 지원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규수주 중단과 위탁경영 등의 옵션을 문서상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현 상태에서 성동조선해양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채권단의 불만과 비판 속에서도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수은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은 향후 회사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채권단과의 추가 협의가 남아있기 때문에 성동조선해양의 장래를 확정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향후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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