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생태계 무법자 ‘배스’ 전주덕진연못 생태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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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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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 위 치어 떼 득실…공원명소화 이전 퇴치작업 우선돼야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생태계 교란자 ‘배스’의 산란기인 요즘, 전국은 배스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내수면 어업자원 활용 목적으로 도입된 큰입 배스는 육식성이면서 공격성이 강한 외래어종으로 파랑볼우럭으로 불리는 ‘블루길’과 함께 수중 생태계의 무법자로 악명이 높다.
 

▲전주 덕진연못에서 포획한 배스와 배스 치어


호수와 댐, 하천 등에 서식하면서 토종어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씨를 말리고 있다. 번식력까지 좋아 불룩한 배 안에는 20만 개쯤 되는 알이 가득 차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베스의 산란철이 시작되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각 자치단체들은 마치 연례행사처럼 배스를 퇴치하기 위한 작업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알을 낳기 전에 어미를 제거해야 배스 개체수 확산 방지에 그나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배스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생태계 교란 어종 퇴치협회'라는 전문기관도 생겼고, 현상금을 내걸고 배스 퇴치에 나서는 자치단체도 있다.

전북 전주시의 대표적 연꽃 군락지이자 최상의 휴식공간인 덕진공원. 4만여㎡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덕진 호수는 매년 여름이면 연분홍 연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며 진한 향과 함께 주변의 수양버들·창포 등과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룬다.

호수에는 붕어, 메기, 가물치 등 수많은 토종 민물고기들이 수면 위를 유유히 거닐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덕진연못이지만 수중에서는 수 년 전부터 생태계의 폭군이자 무법자인 배스가 둥지를 틀면서 토종 민물고기들의 수난사가 지속되고 있다. 덕진연못 수면에는 이미 부화한 배스 치어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까지 눈으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배스 천국’이 됐다.
 

▲배스 치어


배스의 개체 수 증가는 토종어류와 수서곤충·잠자리류의 급감으로 이어져 수생생태계 종(種)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부영양화로 녹조가 발생하고 자정 능력을 반감시켜 수질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주시는 해마다 배스 퇴치에 갖가지 묘안을 짜보고 있지만 별무효과다. 눈치 빠르고 시력까지 좋은 배스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다 날로 급증하는 개체 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전주시가 공들이고 있는 덕진연못 살리기가 배스 때문에 무위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전주시는 337억원의 예산을 들여 덕진연못을 단오 물맞이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질을 개선하고 수량을 확보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덕진공원 명소화 이전에 배스 퇴치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배스의 유입 경로, 번식도와 정착도를 파악해 효과적인 근절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 덕진연못에서 배스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배스 퇴치의 일환으로 지난 달 26일 전주천 금학보에 인공산란장을 설치해 이달 17일까지 운영했다. 배스 알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수많은 배스 산란 현장이 포착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산란 시기에 비해 다소 늦게 설치되기는 했으나 3차례 수거에서 매회 산란을 확인했다”며 “배스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배스 퇴치 방법을 선택하고,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세워 퇴치 작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효과적인 배스 퇴치 방법으로 ▲산란기 이전 성체와 일상적인 퇴치는 루어 낚시를 통해 포획하고, ▲산란기에는 배스의 생태적인 특성을 고려해 만든 인공산란장을 설치해서 알을 제거해서 치어 발생을 줄이고, ▲부화한 치어는 뜰 그물을 이용해 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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