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외도'하는 유커, 반격나선 국내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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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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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100엔당 원화 값이 800원대에 접어드는 등 초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화장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화장품 내수 및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 온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화장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유커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은 일본 회사들과의 경쟁구도 때문에 자동차·철강·전자제품 등과 함께 엔저 피해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분류된다. 엔저로 한국 화장품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세이도·SK-2·아스타리프트 등은 환율 영향으로 가격이 10~20% 저렴해졌다. 면세점에서는 한국 화장품 가격이 일본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업계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산업이 타격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나 기술력 등은 일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화장품 시장은 미국(12.7%), 프랑스(9.8%), 일본(3.6%) 등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1%대로 10위권 밖이다. 

증권가에서도 엔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화장품, 에이블씨엔씨, 산성앨엔에스 등 화장품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은 올 초부터 '유커 수혜주'로 불리며 주가가 급등했던 기업들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업체들은 '유커 전용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그동안 '거부감이 든다'는 이유로 사용을 자제하던 벌독·뱀독·말기름 등이 들어간 화장품과 색소를 첨가한 마스크팩 등 이색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유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지금까지 구사하던 명품 전략을 포기하고 길거리로 나오는 브랜드도 있다.

최근 한스킨은 달팽이, 뱀독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에 이어 벌독 화장품을 내놨다. 특이 원료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한방성분과 제주도 등을 테마로 한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설화수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란꽃’을 모티브로 한 쿠션 제품 등을 내놨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중국인 전용 브랜드 '더 사가오브 수'를 출시했다. 마스크팩을 좋아하는 유커를 위해 팩 전문 브랜드 '디어패커'도 내놨다. 팬더·호랑이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마스크팩에 그려넣는 등 색다른 시도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는 색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투명한 시트를 고수해왔다.

엔저로 인한 유커 고객 이탈은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가 글로벌 인지도나 품질이 뛰어나 엔저로 가격이 떨어지면 장점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쿠션, 한방화장품 등 가격이 떨어져도 대체할 수 없는 한국 화장품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명품· 패션 잡화 등보다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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