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소방관은 목숨 거는 직업...근로환경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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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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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 2월 공사 중이던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붕괴되면서 11명의 인부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들에 의해 11명 인부 전원이 구조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크고 작은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또 다른 참사가 될까 노심초사했던 가족과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구조 현장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던 소방관들이 있었다. 

올해로 취임 2년을 맞은 권순경 서울소방재단본부장을 지난 18일 퇴계로 본부장실에서 만났다. 권 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현장에 매몰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망했었지만 빠른 시간내 현장에 도착해 서울소방의 구조역량을 한데 모아 매몰자 전원을 안전하게 구조해 몹시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권 본부장은 이어 지난 해부터 세월호 침몰사고, 도곡역 방화사건,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사건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일 발생한데 대해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하는 사고들이 발생해 안타까운 한편 그러한 사고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안전하게 구조해내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언제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조작 말도 안돼"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골든타임이 화두로 떠올랐다. 골든타임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골든타임에 대한 중요도는 한층 강조됐고 가장 먼저 사고가 발생하면 골든 타임 내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소방재난본부가 지난 1월 골든타임 내 도착 출동률이 83.4%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골든타임을 측정하는 기기를 조작해 부풀린 결과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권 본부장은 일단 "골든타임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재난 발생 후 최단 시간 내에 현장에 도착해 조치를 하는 것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는데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고 전제했다.

권 본부장은 이에 대해 "무선출동지령단말기(MDT) 버튼 작동으로 현장도착 시간을 기록하는데 이 부분에서 골든타임 도착시간을 조작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MDT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환자 처치를 우선시해 버튼 작동을 제때 못하거나 기계 기술적 한계로 인한 오차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여부는 각 대원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요구조자가 위치한 지역에 도달하자마자 MDT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골든타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고의로 골든타임을 줄인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해외 각국에서도 출동, 차고탈출 현장 도착시간 기준 등을 정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타 국가와 유사한 기준을 정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1분1초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황금시간 목표제 달성을 위해 제도적 개선과 함께 소방대원들의 적극적인 대응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소방대원 근로환경 개선 시급"

소방대원의 근무지는 말 그대로 재난사고현장이다. '내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직업'이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직업군에 속한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의 안전과 직결되는 장비인 방화복, 화재진압용 장갑, 소방차 등 소방대원들의 근무여건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3월 국민안전처는 소방대원의 방화복과 평사시 근무복이 품질검사 없이 납품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업체를 수사기관에 고발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소방대원 장비의 품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며 "국민안전처에서는 조달청, 물품관리 민간 전문가 등을 참여시킨 '소방장비 구매·관리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해 소방장비관리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에 대한 확신없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대원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용 장갑 구입예산이 부족해 소방공무원들이 자체 구입하거나, 제기능을 상실한 방화복을 입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 무게보다 무거운 산소통을 짊어지고 고층까지 걸어가야 하는 소방대원들의 열약한 환경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 본부장은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환경은 어제 오늘 거론되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중앙정부에서는 국고보조나 소방안전교부세 등을 활용한 적극적 재정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학술용역 등을 통해 현재의 환경에 대한 심도 있는 진단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소방본부에서는 올해 안전·복지 관점에서 소방대원 처우개선을 위해 현장대원 개인보호장비 지급률을 연차적으로 높이고 출동 간식비 인상과 공상자 특별위로금 지급, 현장 대원이 노출되는 유해요인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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