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안전규제는 더 깐깐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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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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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미래 포용적 성장이 답이다] ①‘규제품질’을 관리해야

  •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


‘416’과 ‘304’라는 숫자는 당분간 우리 가슴 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숫자는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고, 두 번째 숫자는 실종자를 포함한 희생자들의 숫자이다. 초대형 인명참사가 일어난 후 벌써 1년이 지났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반성과 성찰의 질문을 던졌다. 국가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OECD 회원국이 맞는가? 사회시스템과 국가시스템은 왜 경제발전 수준에 못 미치는가?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규제’와 관련된 얘기만 해보기로 하자.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연안여객선의 안전과 관련된 여러 규제가 완화됐고, 이것이 세월호 침몰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해양사고 건수의 추이를 보면 2009년을 계기로,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연평균 770건에 불과했던 선박기준 해양사고의 건수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연평균 1732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급증한 사고의 배경은 무엇일까? 2009년부터 ‘선박안전법’‘해운법 시행규칙’‘여객선안전관리지침’ 등이 개정되며 노후 선박이 늘었다. 또 안전관련 규정을 지키는데 소홀해 해양사고의 급증으로 연결됐고, 2014년 4월16일의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흔히 규제는 완화되고 철폐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전이나 생명과 관련된 규제는 예외적으로 더 깐깐하게 운영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봇대’를 뽑겠다며 필요한 규제까지 ‘전봇대’에 포함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규제 중에는 나쁜 규제, 불합리한 규제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규제, 필요한 규제도 많다는 점을 세월호 참사가 증명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국민 건강과 식품 위생을 지키기 위해 유통기한과 원산지, 성분 등을 제대로 표시하도록 하는 규제, 학생 안전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스쿨존에서 속도를 낮추도록 하는 규제 등도 더 깐깐하게 지켜야 할 규제다.

나쁜 규제든 좋은 규제든 모두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처음엔 좋은 규제였지만, 시대가 바뀌고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몸에 맞지 않는 나쁜 규제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봇대 뽑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전봇대’가 많이 없어졌을까? 규제는 양적으로 감소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늘었다. MB정부가 출범한 2008년초 1만1000여건이던 등록규제는 5년이 지난 2012년 말에 1만50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규제의 내용과 질은 어땠을까? MB정부 5년간 강화된 규제가 완화된 규제보다 더 많았다. 전체적인 규제 강도는 2008년을 100이라고 할 때 2012년 138로 증가했다.

최근 정부는 영국의 규제총량제를 벤치마킹해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규제개혁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규제총량의 관리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다. ‘현저히’‘상당히’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은 공무원의 재량권을 늘려줄 뿐이다.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를, 가격 규제보다 품질 규제를, 진입 규제보다 거래 규제를 더 장려하는 식으로 규제의 품질을 높여가는 것, ‘더 좋은 규제’로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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