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 사라진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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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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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탤런트 김혜자씨가 지난 10년간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세계 곳곳의 버려진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찾아 이들을 도운 체험을 쓴 수필집의 제목이다. 작고 힘없는 꽃으로 맞아봐야 얼마나 아프겠는가. 하지만 어쨌든 때리면 아프다. 몸이 아프지 않을지 몰라도 마음은 아프다. 작고 힘없는 아이들을, 무엇으로든 상처주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연예인이 되고 싶은 차세대 스타를 찾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Mnet의 ‘슈퍼스타K'의 인기로 촉발된 오디션 열풍은 SBS ’K팝스타’로 이어지며 MBC '위대한 탄생’, Mnet ‘더 보이스 오브 코리아’ 등이 속속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다.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20대 이상 참가자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오디션 참가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인 SM, JYP, YG, 안테나뮤직 등이 이끄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한 K팝스타는 노골적으로 어린 참가자들을 반겼다. 차세대 스타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참가자들의 나이는 계속 어려진다.

얼마 전 JYP의 차세대 걸그룹을 찾는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의 첫 방송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참가자들의 평균연령이 10대에 불과하다. 매회 거듭되는 미션과 탈락의 압박에서 어린 청소년들이 이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어린 참가자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지나친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며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걱정거리는 탈락 시 아이들의 상처”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학부모들을 일일이 만나 동의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올초 베이비카라 프로젝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가수 지망생 소진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소진은 18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5년간 데뷔를 준비했지만 실패하자 자살을 선택했다. 제 2, 제 3의 소진이 또 나올 수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와 시청률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스타가 되고 싶지만 되지못한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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