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르포] 인천 서구·강화을 ④ "그래도 1번" vs "이번에는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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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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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여당의 텃밭', '야당의 무덤'이라 불리던 인천 서구·강화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곳은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96년 15대 총선 이후 내리 4선을 할 만큼 전통적인 여당 표밭이지만, 이번만큼은 야당에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인천 서구·강화을에서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 지역에서 낙승을 예상했던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 [사진 제공= 안상수 후보 캠프 ]


◆강화 "그래도 1번" vs "안상수 공천은 새누리당 실정"

인천 서구는 검단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유입돼 야당 세가 강한 반면, 강화는 '여당 표밭'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변화의 조짐은 강화에서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 19대 총선 때처럼 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려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화도 사위론'이 먹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화도 출신 부인(김정숙씨)을 둔 문 대표가 '강화도 사위'임을 앞세운 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화 지역 유권자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인천 강화읍 강화풍물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70·여)에게 '강화도 사위론'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치며 "강화에서는 문재인도 소용없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람이라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은 싫어도 '신동근'은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새누리당이라도 안상수는 안된다"라며 "안덕수 전 의원 재임 기간에 별로 발전한 게 없다. 주변 사람들도 다 이번엔 좀 바꿔봐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조명관씨(74) 역시 '강화 사위론'과 관련해 "밖에서 떠드는 얘기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조씨는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막상막하인 것 같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안덕수 전 의원이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많이 썼다. 안 후보가 이어서 잘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차관리인 조준협씨(74)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문재인이 '강화의 사위'해봤자 소용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했는지 신 후보는 인천 서구에서는 당의 공식 의상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강화 지역에서는 흰색점퍼로 갈아입고 선거 운동을 한다. 새정치연합도 문 대표의 강화 방문을 자제하고 '강화도 여성 3인방' 김정숙씨와 인재근 의원, 신 후보 부인 김경숙씨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사진 제공=신동근 후보 캠프]


이에 대해 신 후보 캠프 관계자는 "강화에서 야당 이미지 부각시키는 건 큰 도움이 못 된다. 지난 19대 때 광주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가 새누리당을 전면에 내세운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면서도 "연고를 중시하는 강화에서 두 유력 후보가 강화 출신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강화사위론이 먹히는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강화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화 사위론'이 통했다기보다는 "새누리당이 안상수를 공천한 게 실정"이라는 뿔난 민심이 표밭을 이탈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택시기사 유모씨(58)는 "안상수가 나오면 새정치연합과 박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천 다 망쳐놓고 간 사람을 공천하면 안 되는 거였다. 새누리당에 그렇게 사람이 없었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나도 안상수 두 번 다 찍어준 사람인데 이젠 안 찍는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에 표를 주기는 그렇고 투표를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1번"이라는 굳건한 여론도 많았다. 채소가게 주인 엄모씨(75)는 "강화에서는 안상수"라고 안 후보를 추어올렸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62·여)도 "안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성완종 파문에도 흔들림은 "없다"고 했다.
 

박종현 정의당 후보[사진 제공=박종현 후보 캠프]


◆검단 "토박이는 다 여당" vs "1번은 안 됐으면"

검단4동 주민 이모씨(31·여)는 "100% 마음에 드는 후보는 없지만 1번은 안됐으면 좋겠다"면서 "(안 후보는) 인천에 빚더미만 남겼다. (출마가) 시민을 위한 일인지 본인을 위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검단1동 주민인 한 남성(46)도 "2번을 지지한다"면서 "안 후보 시장 시절 인천 빚이 너무 많이 늘어났고, 그분은 부정부패, 비리가 많은 것 같다. 하면 안 되는 사람인데 끝까지 욕심내서 또 나오니까 난처하다"고 말했다.

검단사거리에서 만난 정모씨(42·여)는 "주변 사람들은 인천 시장이었던 안 후보를 많이 찍는다고 하더라. 인천 시장이었으니 인천 사업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나"라면서도 "신 후보도 사람은 괜찮다고 지지하는 분 있더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1번을 지지한다"는 검단 4동 주민 조모씨(56·여)는 "토박이는 다 여당이다. 검단과 강화 전체적으로 보면 여당이 분명 우세하지만 지역으로 떼어보면 검단은 야당 지지자가 많다. 바깥쪽에서 유입된 인원이 많아서 그렇다"고 귀띔했다.

다만 검단 지역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설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상당수는 "선거에 관심 없다"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답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신 후보 캠프에서는 "재보선 특성상 젊은 층의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 투표율이 관건이다"라며 "강화는 여당 지지 성향이 기본적으로 강한 데다 투표율이 높고 몰표가 나오는 지역이다. 강화에서 어느 정도 표가 나오지 않으면 사실 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는 인천시장 2년, 대기업 CEO, 국회의원까지 지낸 경험과 능력이 있다. 1년 남짓 되는 국회의원 임기에 누가 더 일 잘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면 안 후보가 당선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강화을 판세가 애초 예상과는 달리 어느 후보도 안심할 수 없는 박빙의 선거전으로 흘러가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곳의 선거 결과가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읽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이목이 인천에 쏠리고 있다.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 사거리. 인천 서구는 검단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유입돼 야당 세가 강한 반면, 강화는 '여당 표밭'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사진=김혜란 기자]
 

검단 지역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설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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