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해외자본 ‘먹튀’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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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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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공장의 생산 라인이 멈춘 지 오래다. 직원들은 출근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또 누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2000여 명에 달하던 직원들이 400여 명으로 줄었지만 회사를 지키겠다며 끝까지 남았던 직원들에게 공장 재가동·정리해고 철회 등의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회사 측에서 통보한 희망퇴직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의 모습이다.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2001년 현대전자로부터 분사했다.

이후 중국 ‘비오이’와 대만 ‘이잉크’에 차례로 매각되면서 촉망받던 LCD 제조업체는 수천 억 원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해외 자본들은 회사를 살리기보다 기술 빼가기에 급급했다. 

회사 측은 공장을 폐쇄하고 특허권 사업만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1,2차보다 대폭 오른 위로금을 제시하며 3차 희망퇴직 신청 기간과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했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막강한 해외 자본의 힘 앞에 촉망받던 국내 기업이 문을 닫게 생겼다.

주주의 출자금을 회수하고 기업의 새 주인을 찾는다는 명목 아래 해외 투기 자본이 들어와 이처럼 국내 기업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동안 국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보호 규모가 현장에서 필요한 것에 비해 턱없이 작다.

대기업은 소송전이라도 벌여 대항할 힘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불법적인 기술 유출 앞에 속수무책이다.

국가의 역할이 더욱 넓고 깊어져야 하는 이유다.

중국 비오이 그룹은 하이디스 인수 후 LCD 제조 기술을 갖춰 주목받는 전자업체로 발돋움했고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해 SUV 제조 기술을 갖추게 됐다.

투기 자본의 덕을 본 해외 기업들이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을 턱 밑까지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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