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직원·주주에게 의미 없는 현대차 주총, 누구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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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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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늦었어. 빨리 가야해”“근데 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 거야? 할 것도 없는데”“나도 몰라. 나가라니깐 나가는거지.”

지난 14일 열린 현대자동차의 주주총회 취재를 위해 본사로 들어가던 중 정문으로 향하던 보안직원들간의 대화내용이다. 정문에서 사뭇 삼엄한 분위기를 내던 그들도 사실 이곳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잘 몰랐던 셈이다.

이는 지난 몇년간 잡음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던 현대·기아차의 주총 양상을 미뤄 볼 때 짐작할 수 있다. 회사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지도 않고 몸을 내던지며 목소리를 내는 소액주주도 없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던 민원인을 감시까지 하던 어느 대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회사 주요 안건 처리도 속전손결이다. 안건이 발표되기가 무섭게 동의 발언이 나오고 주주들은 제청과 박수로 화답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전부지 매입에 따른 주가하락 등에 대해 아무 질책이 없었던 점은 의아하다. 일부 주가 하락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회사를 믿는다’로 귀결됐다. 경영진인 사내이사와 감시·감독 의무를 맡은 사외이사 재선임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지장없이 통과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한전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전날 21만8000원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하루만에 2만원이 빠졌고 11월 5일 최저인 14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9월 5만9000원이었던 주식이 현재 4만6050원까지 내려왔다. 자동차 판매는 공급 부족 등으로 주춤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대부분의 주주들은 잡음이 아닌 원활한 진행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주주가 주인임을 인식하고, 올바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외국 기관투자자가 밝힌 주주권익보호위원회 구성 제안이 관심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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