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글로벌 시계시장에서 한국이 나아가야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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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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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기 로만손 이사

국내 시계 시장은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고급 시계의 원조인 서유럽 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한때 세계 패션시계의 생산과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한 미국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손목시계 시장 매출의 90% 이상은 스위스, 중국, 일본 등 해외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손목시계 시장의 60% 이상을 스위스 생산의 초고가 명품시계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제조 손목시계 점유율은 5% 남짓이다. 사실상 국내 기반의 손목시계 제조 산업은 붕괴된 셈이다.  

올해 국내 시계 시장은 500만원대 이상 고가 스위스 시계의 약진, 패션 위주 중저가의 몰락, 디지털 시계 등 10만원대 이하의 저가 시장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스마트 시계의 등장이다. 스마트 시계는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 산업을 완전히 몰락시킨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자체 디자인과 중국 생산으로 지난 20년 간 성장해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 생산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일부 유통업체의 저가공세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일부 패션시계는 제품 생산을 중국에서 스위스로 전환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가격에 의한 마케팅이 아닌 정통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표방하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와 인건비 부담도 중저가 패션시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저가 패션시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백화점의 패션시계 편집매장도 머지 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중저가 시장이 몰락하면 초고가와 디지털을 포함한 초저가로 시장은 양분 될 것이다.

스마트워치의 등장도 새로운 변화다. 업계는 스마트 시계가 향후 10년 간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많은 전통 시계 제조사들 조차 스마트 시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고가 시계시장에서도 새로운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명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은 중국에서 저가 부품을 확보한 후 스위스 제조 무브먼트를 사용해 스위스 현지에서 조립한 '반쪽' 스위스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법령을 개정, 오는 2017년부터는 해당 생산방법으로는 스위스 원산지 증명이 불가하다. 

많은 브랜드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 불가능해지면 시장 판도는 더욱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국내업체들이 1980~1990년대에 누렸던 시계 산업의 부흥기를 맞기 위해선 스마트시계 등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시계 산업은 정밀한 손기술,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한국에 가장 적합한 분야다. 특히 스마트시계의 도약은 IT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최고의 호재다.

한국의 정밀기계 기술이 스위스 현지 투자를 통해 새로운 한국발 명품 기계식 시계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열려 있다. 시계 산업의 특성상 투자 규모가 다른 제조업에 비해 비교적 작다는 점도 국내 중소, 중견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IT 기술과 반드시 접목 되어야 하는 스마트 시계는 삼성, LG 등 대기업 위주로 해외 유명 시계 디자이너 영입 등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개발과 투자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중소 기업도 홍콩, 대만의 세계적 스마트시계 업체를 벤치마킹해 거꾸로 IT 업체와 제휴, 어린이나 실버 계층 등 특화된 제품을 출시한다면 의외의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시계 산업은 이제 과거의 틀로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업체들은 자신을 냉철히 파악하고 새롭게 대응한다면, 일본이 전자시계로 시계 시장을 평정한 사건보다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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