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아홉 서인국은 초록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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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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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1987년생, 올해로 스물아홉살이 된 가수이자 배우 서인국은 초록색을 띤다. 신뢰감을 주는 파란색과 명랑한 느낌의 노란색이 섞인 색, 서인국은 기분을 온화하게 해서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키는 초록색과 닮았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 덕분에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고 힘찬 에너지를 얻는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서인국은 이듬해 싱글앨범 '애기야'로 전국 여심을 들었다놨다 했다. 2012년에는 '밀고 당겨줘'로 뭇 여성들과밀당했고, 같은해 KBS2 ‘사랑비’와 tvN '응답하라 1997'을 통해 대세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이후 MBC '아들 녀석들'과 SBS '주군의 태양', tvN '고교처세왕'을 거쳐 최근 종영한 KBS2 '왕의 얼굴'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오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넌 나의 애기야’를 외치던 풋풋한 소년이 데뷔 6년 만에 짙은 녹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청년이 됐다.

서인국은 최근 '왕의 얼굴'에서 비운의 왕 광해 역을 맡아 선군이 되기 위해 아버지 선조(이성재)와 싸우며 고군분투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여자 김가희(조윤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로맨스의 끝판왕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리스마부터 로맨스까지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지난 5개월간 서울과 경기도 안성, 경상북도 문경 등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낸 서인국은 드라마가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잠시의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지난 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기자, 방송 스태프를 일일히 찾으며 인사하기 위함이었다. 촬영 때문에 하지 못했던 화보라든지 광고 촬영보다도 동안 자신을 지켜봐준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게 먼저였다.

때문일까. 늦은 오후 만난 서인국의 얼굴은 까칠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초 단위 스케줄을 소화한 터라 멀끔했던 턱수염이 다시 자라 있었고, 눈은 때꾼했다. "많이 지쳐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괜찮아요! 즐거운걸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어보이는 서인국. 역시 그는 에너지의 색, 초록색의 남자였다.
 

서인국[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왕의 얼굴' 종영 후 어떻게 지냈어요? 마지막 촬영이 5일 오전에 끝났어요. 바로 종방연 했고, 주말 이틀 쉬고 바로 또 강행군이에요. 그동안 저를 기다려주셨을 분들께 속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이렇게라도 대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제 마음을 부디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서인국 표 광해에서는 많이 벗어났나요? 벗어날 틈도 없게 벗어났어요. 원래 캐릭터에 빠져 사는 스타일이 아닌데다가 최근에 이렇게 바쁘니까 광해에 빠져있을 시간이 더더욱 없었죠. 드라마가 따뜻하게 끝나서 더 빨리 곤룡포를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종영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죠.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는 거에요. 현대극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연기나 촬영 환경 등을 많이 접해볼 수 있었죠. 신기한 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난 날 종방연 자리에서 배우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났는데, 잠에서 딱 깨니까 몇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이 마치 꿈만 같은 거예요.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내가 여행을 갔었나' 싶을 정도로 꿈같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연기하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신기했어요. 아마도 현대극이 아니라 사극이라 더 그런 거겠죠? 마치 조선시대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요.

- '왕의 얼굴'을 통해서 서인국의 어떤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이요. ‘사투리 연기만 할 줄 알았던 서인국이 사극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연기가 좋았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물론 부족한 게 더 많아요. 표현력이라든지 화법 면에서는 한계를 많이 느꼈죠.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 '슈퍼스타K'로 데뷔했기 때문에 오로지 가수의 길만 걸을 줄만 알았어요. 사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소속사 대표님께서 드라마 '사랑비' 시나리오를 가져오셨더라고요.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해요. 말도 안된다고, 안 한다고 했죠. 결국 대표님의 설득에 못 이겨 감독님을 뵙게 됐는데 저를 만나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거에요. 제가 뭐라고... 저를 캐스팅할 생각을 하셨다는 게 그냥 감사한거요. 하하. 그래서 그냥 ‘열심히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서울말로 연기하려니까 너무 어색해서 사투리로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그게 제 연기의 시작이었어요.

- 그 시기가 서인국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네요. 2012년이었을 거에요.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제 인생을 걸고 가장 최악의 시기였죠. 사춘기도 아니고 오춘기도 아니고요. 그냥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다 때려치우고 싶고, ‘이게 맞는 건가’ 의문도 들고요. 사는 게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컸어요. 무작정 서울에 올라오긴 했는데 그냥 막막했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러다보니까 성격도 이상해지고요. 그렇다고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서 털어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용기가 없었던 거죠. 체기가 오랫동안 계속됐던 것 같아요.

- 누구에게나 그런 힘든 시간은 있죠. 방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게 연기였나봐요. 그렇게 뭔가가 제 안에 쌓여있었는데 소속사 대표님과 ‘사랑비’ 감독님의 제안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에요. 그런데 신기한게요. 연기를 하고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느낌이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간접적으로 해소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제서야 '아 내가 숨 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정말 미친 듯이, 무언가에 홀린 듯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그때 많이 얻었죠.

- 그렇게 몇년동안 연기 해보니 어때요?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 진 것 같아요. 여유라는 게 쉼이 아니라 제 안에 여유로움이요. 물론 너무 바쁘다보니까 몸은 힘들지만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 그런데 연기 선생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는 앞이 막막해서 연기 레슨도 받아봤어요. 그런데 연기는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제가 저의 연기 선생이 되었어요.

- 연기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저를 버리려고 많이 하죠. 그걸 딱 어떤 단어로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접근한 다음에 캐릭터를 만들려고 해요. 철저하게 나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겠구나...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관찰해요.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연기의 기초는 모방이라고요. 따라하다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가 나온다는 거였죠. 뭔가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때부터 엄마도 따라해보고, 친구도 따라해봤어요. 그게 제 연기의 기초가 된 것 같아요.

- 그것만으로는 배우를 하긴 힘들 것 같아요.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촬영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이해가 안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감독님에게 이야기해서 조율하기도 하고요. 사실 세상살이라는 게 모든 것에 정답은 없잖아요. 그래서 이해 안 가는 캐릭터도 있었는데, 그 감정을 이해하려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적도 있어요. 하하.

- 그동안 작품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 많았어요. 어느 순간에는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을 것 같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최대한 티 안 내려고 하고 있어요. 연기자가 카메라 안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래서 생각한 방법인데요. 제 주위에는 연기 잘 하시는 선배님들이 엄~청 많거든요. 살짝 묻어가려고요. 하하.

- 사람들이 서인국에게 거는 기대는 뭐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저를 두고 '도전하는 사람' 이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이번에는 어떤 도전을 할까'하는 기대나 궁금증도 있는 것 같고요. 이번에도 현대극이 아니라 사극을 한 것에 대해 엄청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죠.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밥 열심히 먹으면서 힘내고 있어요. 하하. 실망시키지 않으려고요.

- 가수 서인국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네. 저도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시간 날 때마다 작사-작곡 하고 있고요. 서인국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그런데 아직까지 너무 촌스러워서 걱정이에요. 하하. 이적 선배님이나 김동률 선배님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으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잖아요. 너무 부러워요.

-서인국이 작곡한 노래가 궁금해지네요. 일본 싱글 앨범 중에 '멀어진다'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만든 곡인데 사랑에 서툴러서 연인을 보내는 남자의 심정을 그린 곡이에요. 가사를 일부러 대놓고 직설적으로 했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어요. 이건 제 자랑인데요... 나름대로 듣기 좋아요. 하하.

-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발매하는 곡마다 인기를 얻고, 하는 작품마다 대박행진이에요.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스스로는 잘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나요? 음... 그걸 판단하기에 제 인생은 아직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어떨 때는 계획적이고 또 어떨 때는 굉장히 즉흥적이거든요.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제 나름대로는 너무 잘 걸어온 것 같아요. 힘들 때도 물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행복합니다.

- 힘들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고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갑자기 소주가 확 땡기는 날이요. 퇴근했는데 집이 갑자기 너무 넓어 보이는 날이요. 그럴 때는 가끔 힘들더라고요. 이런 게 외로움인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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