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왜 '펀치'를 따돌리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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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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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김래원, '힐러' 지창욱[사진=SBS, KBS]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구랍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연출 이정섭)는 7.8%(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 19일 방송분(10.3%).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힐러'보다 일주일 늦게 시청자와 만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연출 이명수)는 6.3%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이후 열한 번째 방송까지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하더니 급기야는 12.3%라는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힐러'를 추월했다.

'힐러'의 송지나 작가와 '펀치'의 박경수 작가를 객관적으로 보자면 스펙 면에서는 송지나 작가의 압승이다. 물론 박경수 작가가 '태왕사신기'(2007), '추적자'(2012), '황금의 제국'(2013) 등 굵직한 작품을 집필한 '믿고 보는 작가'라지만, '호랑이 선생님'(1981), '여명의 눈동자'(1991), '모래시계'(1995), '카이스트'(1999) 등을 내놓으며 대한민국 방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송지나 작가와 비견되기엔 아직 이르다. 연차로 보나 작품 수로 보나 송지나 작가의 압승이다.

'신의'를 끝내고 숨 고르기를 해온 송지나 작가가 2년 만에 들고 온 작품 '힐러'는 그런 의미에서 방송가 안팎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송지나 작가의 보조 작가로 일했던 박경수 작가가 '펀치'로 사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 과연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인가.

분위기는 '펀치'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객관적 근거인 시청률도 그렇고, 방송 직후 나타나는 시청자 반응도 그렇다. "'힐러'보다는 '펀치'"라는 반응이다.

'펀치'가 먼저 출발한 '힐러'를 밀어내고 월화극 왕좌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출연 배우의 연기력이다. 악랄한 욕망주의자 이태준과 복수를 꿈꾸는 시한부 박정환이 그리는 전쟁터 같은 치열한 정치 세계, 그 안에서 피 튀는 혈투를 벌이는 조재현과 김래원의 연기가 안방극장을 압도하기 때문.

'펀치'에서 조재현과 최명길이 김래원과 김아중, 온주완을 이끌며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면 '힐러'에서는 그것을 유지태에게 기대할 수 있다. 또 '펀치'에서 김래원이 강한 흡입력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처럼 '힐러'에서는 지창욱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펀치'와 '힐러'의 대결은 김아중과 박민영이라는 여배우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진다.

그러나 시청자는 '젠틀맨' 유지태보다는 '연기파' 조재현을, '대세' 지창욱보다 '검증된 배우' 김래원을 선택했다. '힐러'의 뒷심이 부족한 것은 '펀치'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흡입력 약한 배우들의 탓일게다. 유지태와 지창욱이 영화 '마이 라띠마'와 드라마 '기황후'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한들, 조재현과 김래원이 한 화면에서 동시에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힐러'와 '펀치'의 안방 대결, 아직 종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청자는 송지나 작가의 필력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먼저 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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