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저유가 새 중동진출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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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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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 팀장

유가하락이 중동 해외건설시장에 적신호를 켰다. 중동 산유국은 재정 수입 감소로 정부에서 발주하는 건설 프로젝트를 같이 줄일 수 있다. 끝이 어딘지 모르게 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건설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1980년대, 1990년대 저유가 상황에서 많은 국내 업체가 중동시장에서 철수했던 경험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동 건설시장은 1970년대부터 국내 건설 자재와 중장비 수출을 이끌어내면서 경제개발을 위한 외화자금 원천 역할을 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도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 고유가 상황에서 제2 중동 붐을 만든 것도 건설시장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저유가라고 해서 중동시장을 외면할 것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중동 산유국의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 다각화를 통해 민간 부문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이에 기반을 둔 자국민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책은 이미 국가개발 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의료, 교육, 주택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저유가 상황에서도 경제 다각화와 일자리 창출, 사회 복지를 위한 정부 지출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구 증가와 함께 민간 소비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동은 위기의 시장이 아니라 기회의 시장이다. 저유가에 불안해하지 말고 현지시장의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중동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동 산유국의 민간부문 확대 정책은 우리나라 진출 전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중동 건설시장에서는 투자 개발형 진출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시공 기반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사업 발굴과 금융 조달, 프로젝트 관리, 건설, 운영 및 유지 보수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 간의 과당 경쟁을 피하고 터키, 중국, 인도 건설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저유가 상황으로 인해 민관협력사업이 늘어난다면 투자개발형 진출 전략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국내 중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비석유 부문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에의 진출도 확대돼야 한다.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 간 합작 투자가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와 중동 산유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적 협력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런 투자 진출 전략이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동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이 기술이나 개발 경험뿐 아니라 금융조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조달 능력은 단순히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중동 진출의 리스크 요인을 공유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협조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들 사이에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뤄지고, 중동 산유국의 기금운용기관, 글로벌 개발금융기관과의 금융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중동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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