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핀테크 '여우의 신 포도'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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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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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펀드온라인코리아 제공]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어느 날 배고픈 여우가 포도밭에서 잘 익은 포도송이를 발견하자 따먹으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포도송이가 너무 높이 달려 있었던 탓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여우는 포기하고 돌아서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나 딸 테면 따라지, 저 포도는 시단 말이야"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다.

연초부터 핀테크(Fintech) 열풍이 뜨겁다. 핀테크란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을 말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올 들어 금융개혁의 핵심화두로 핀테크를 제시하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핀테크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게다가 코스닥까지 연일 핀테크 관련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만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핀테크에 대한 개념부터 청사진까지 모두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등 글로벌 IT기업의 지급결제 서비스가 국내 진출하는 데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핀테크에 대해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핀테크가 우리 금융회사들이나 금융산업에게 자칫 '여우의 신포도'로 전락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핀테크 비즈니스의 대표적 사례인 펀드슈퍼마켓에서 나타난 금융소비자들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금융에 대한 바람이 뜨겁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를 기억할 것이다.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회사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며 일어난 시위였다. 이런 소비자들의 생각은 비단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적지 않다. 과거 각종 금융 사고를 겪으면서 금융회사들이 고객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불만이 팽배해졌다. 이러다보니 기존 금융회사가 아닌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과 다른 금융의 편익을 제공한다면 굳이 기존 금융회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펀드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펀드슈퍼마켓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둘째, 자기 주도적으로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인터넷과 모바일 확산이 더해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언제든지 다양하고 많은 금융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직원의 도움 없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금융상품에 투자하려고 한다.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의 경우도 처음 계좌 개설할 때만 오프라인 지점에 방문할 뿐 그 이후로는 주로 인터넷 뱅킹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와 같이 어려운 금융상품을 개인이 직접 선택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발상은 어쩜 ‘옛날 생각’일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 못지않게 똑똑한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셋째,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용가치를 추구하려는 '스마트 소비'가 금융권에도 확산됐다. 과거와 같이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보다는 어느 회사가 더 편리한지, 비용은 더 낮은 지 따져보는 소비행태가 늘고 있다. 별다른 서비스 없이 높은 비용을 받는 것을 비판하고 합당한 서비스가 있거나 비용이 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핀테크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 아닌 금융소비자의 요구와 변화에 따른 시대적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금융업계가 핀테크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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