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때문에···SK家 심청은 최민정, KAL家 뺑덕어멈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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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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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딸 자식 때문에 웃는 기업인과 우는 기업인이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딸 최민정 소위를 ‘최청’으로 여긴다.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진 효녀 ‘심청’에 비유한 것이다. 반면 한진그룹은 ‘땅콩 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그룹의 ‘뺑덕 어멈’이라 치부한다. 총수 자식에 대한 임직원과 국민들의 시선이 얼마나 대비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의 둘째딸 최민정 해군 소위


◆해군 자원 입대한 최민정 소위, ‘재벌 이미지 개선 기여’
“깊게 생각해 선택한 길이니 건강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월 해군사관학교 사관후보생 입대에 앞서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자신을 면회 온 둘째 딸 최민정 씨에게 이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한다.

훈련을 무사히 마친 민정 씨는 지난 11월 26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117기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함정병과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최 소위는 재벌가 첫 여성 출신 장교라는 상징에 더해 편안한 삶을 버리고 군대라는 힘든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특히 최 소위의 입대 소식이 알려진 당시에는 ‘윤일병’ 사건을 비롯해 군대 내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어수선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해사 입대를 전후로 공개된 최 소위의 지나온 삶은 여느 재벌가 자식들과는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독립심이 강한 최 소위는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2010년 9월 까다롭기로 소문난 베이징대학교 광화관리학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입학 후에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장학금과 입시학원 강사, 편의점,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활비를 직접 벌어 충당했다.

군을 지원하게 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외할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최 소위는 학창 시절부터 집안에 한 명 정도는 외할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니냐는 말을 종종 할 만큼 군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권이나 열외 없이 모든 훈련과정을 동기들과 함께 마친 최 소위는 해군의 정통병과인 함정과(항해병과)를 본인이 선택했다. 이달 1일부터 해군교육사령부에서 14주간 함정병과 초등군사반 보수교육을 받고 있는 민정 씨는 보직전 교육(1~6주)을 추가로 받고 나서 내년 4월쯤 실제 함정근무를 시작한다.

최 소위의 소신 있는 결정은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재벌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그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간에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업인 사면 또는 가석방과 관련, 아버지 최 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한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SK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사정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최 소위의 사례가 부모의 그늘에서 온실처럼 자라오며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재계 3~4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강문정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 “한국 이어 미국서도 조사 받을 수 있어”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큰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이 터진 직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조 전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치면 만 40세다. 공자는 40세를 세상의 거짓됨에 미혹되지 않을 나이인 ‘불혹(不惑)’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결혼해서 자식도 키우고 있는 40세의 과년한 큰딸의 잘못에 대해 아버지 조 회장이 ‘자식교육의 잘못’을 들어야 했을까? 10~20대 철부지 나이도 아니다. 조 회장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큰딸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자신의 말과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 이다. 그런 자식에 대해 부모가 가정교육 잘못을 사죄의 이유로 든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후에도 불거져 나오고 있는 사태를 보면 조 회장 일가가 과연 이번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과거의 부적절한 언행을 통해 조 부사장의 기행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조 회장의 둘째딸이자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회사에 보낸 반성문에서 사태의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조 회장이 말한 자식교육의 문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잘못된 행동은 아버지와 가족의 명예실추는 물론 대한항공, 한진그룹의 이미지 붕괴로 인해 막대한 유·무형 경영피해를 입혔다. 또한 대한민국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재벌에 대한 반감은 해외에서도 벌어지면서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

조 전 부사장 개인적으로도 더 이상 재기는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총 네 가지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30일쯤 구속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로서는 절망적이다.

또한 미국 뉴욕 한인방송인 TKC TV는 최근 보도를 통해 조 전 부사장 사건이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발생했으므로 미국 연방법원도 재판관할권을 가질 수 있다며, 한국재판과 별도로 미국 연방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조 전 부사장이 미국 재판에 회부돼 미국 교통법 46504조 ‘비행기 조종사 및 승무원에 대한 방해혐의에 대한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형을 선고 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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