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세계 각국 178곳 재외공관이 문화외교의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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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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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미술평론가ㆍ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김윤섭 미술평론가]

 “예술이 무언가를 연결시켜주는 방법은 국경, 시간을 초월한다. 때문에 재외공관 문화전시장화사업은 다양한 문화를 하나로 엮어주고, 대사관의 역할과 업무를 보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예술을 보여주기보다는, 축의와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Jeff Koons)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재외공관을 문화전시장화 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추진력 또한 미약한 상태이다.

 현재 정부를 대표하는 재외공관은 세계 각국에 178곳이 있다. 문화부 산하의 해외문화원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대개 해외문화원에서는 간간이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시형식은 매우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가령 몇몇 선이 닿는 일부 작가이거나, 전형적인 한국의 토속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주제전이 대부분이다. 이와 비교할 때 외교부 산하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공관들은 더 열악하다. 심지어 수십 년째 걸린 작품을 교체하지 못한 곳도 여러 곳이라고 한다. 그래도 외교공관은 한 나라의 얼굴인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10년 넘게 같은 그림은 해도 너무했다.

 이것은 외교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3억 원 정도로 180여 곳을 관리하는 열악한 예산의 문제도 아니다. 정말 심각한 점은 재외공관을 그렇게 방치해도 된다는 인식들이다. 겉으론 앞 다퉈 문화강국을 외치면서, 이번 정부 출범이후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ㆍ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에서도 보란 듯이 문화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문화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잘 사는가’의 차원이다. 그래서 문화에서만큼은 ‘체면’이 중요하다. 나 혼자도 좋아야 하지만, 더불어 좋은 것이 더 우선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융성의 실천의지가 국내에만 머문다면 반쪽짜리 성과이다. 국가 안팎으로 고른 문화융성의 결실을 맺어야만 문화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살만한 나라’라는 체면이 서는 것이다. 선진국 반열에선 ‘문화’와 ‘복지’는 한 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리더로서 나서고 싶다면 ‘문화복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외공관의 역할과 비중은 절대적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처음 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입견을 갖고 한국을 찾게 할 것인가도 우리 의지에 달린 셈이다.

 많은 부분에서 롤 모델 삼기를 좋아하는 미국은 ‘예술품을 통한 문화외교 특별 프로그램’인 ‘아트 인 엠바시(AIE)’ 시행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AIE 한해 예산은 2011년 기준 25억6천700만원이지만, 별도의 1만2천개에 달하는 파트너기관을 통해 4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2천8백여 점을 지원받았다. 이와 별도로 재외공관의 예술작품 전시를 위해 국무부에서 직접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작품을 컬렉션 하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도 정부미술품 구입을 위해 2013년 기준 연간 266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문화선진국은 결코 ‘한강의 기적’이 될 수 없다. 오랜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 관계자나 정책 입안자부터 ‘외교부의 재외공관 창구를 통한 문화외교’가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문화외교의 비중과 국격에 상응한 미술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작품구입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시행 중인 재외공관 문화전시장화사업이 큰 활기를 띌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178곳의 재외공관이 바로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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