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연금의 탈을 쓴 종신보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12-16 14:1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대한민국은 점점 '푸어 공화국'이 되고 있다. 하우스푸어, 랜트푸어, 워킹푸어, 에듀푸어에 이어 이제는 보험푸어까지 등장했다. 한국의 가구당 보험가입건수는 14건, GDP 대비 보험료는 세계1위이다.

한국인들이 보험을 많이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진국에 비해 복지수준이 낮다 보니 부족한 복지는 자산증식을 통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도 자산증식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적절한 보험은 이런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엉터리 처방이 난무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연금의 탈을 쓴 종신보험이다. 종신사망 보장을 위해 대부분의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위장시킨 것이다.

사망보장도 필수보장인데 왜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위장시킨 것일까? 주 소득원이 소득활동기에 사망하면 유가족들은 경제적으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반면 은퇴 후 발생하는 사망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 심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사망에 대한 보장은 필수적인데, 이 부분은 저렴한 정기보험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으므로 종신보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종신보험이 빛을 발하는 경우는 현금상속을 위해서다.

만약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이 부족하다면 상속재산을 처분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급매로 헐값에 처분을 하게 되니 손해가 발생한다.

반면 좋은 가격에 처분하게 되면 상속재산을 다시 평가해 상속세가 더 늘어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종신보험을 준비한다면 상속재산도 지키고 세금도 납부할 수 있다.

그런데 종신보험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0년대비 2013년 종신보험 가입 금액은 약 1122억원 늘었고, 올 4~9월 가입 금액은 이미 지난해 전체 금액에 육박한다.

상속세 납부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을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사실은 불완전판매 때문이다. 보장성인 종신보험과 저축성인 연금보험은 태생이 다르다. 당국의 시정조치도 무시하면서 종신보험을 연금이라 거짓 판매하는 보험회사와 설계사들 덕분에 보험푸어만 늘고 있다.

/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