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지켜야 할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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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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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상지대 교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보유한 KT그룹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 점유율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의 1 점유율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시장독과점을 판단하는 기준점이다. 그런데 법적 미비로 인해 위성방송이 3분의 1 규제에서 빠져 있다 보니 규제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자 점유율 규제의 가장 큰 기능은 적정 경쟁을 유지하면서 방송의 다양성 확보와 콘텐츠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의 공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특정 방송사의 독과점 횡포를 차단해 산업균형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특정사업자가 유료방송 플랫폼을 독점할 경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채널공급 시 협상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다. 플랫폼은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PP들에게 좋은 채널번호를 부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PP들은 합당한 이유 없이 계약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다양한 플랫폼 경쟁 하에서는 그나마 PP들의 생존권, 시청자 선택권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만, 독과점 시장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정부의 사후규제로도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이미 경쟁구도가 고착화 된 이동통신시장을 보자.

과열경쟁을 막고자 불법 보조금 단속을 하고 과징금부과, 영업정지 명령을 내려도 사업자들은 정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징금보다 상대의 가입자를 빼앗을 때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이 치열 하지만 천문학적 마케팅비가 투입되면서 오히려 요금은 내려가지 않는다. 정부가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온갖 처방전을 써 봐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유료방송 점유율규제를 없애고 사후규제로 전환하자는 논리는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규제완화를 통한 산업 활성화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무조건적인 탈규제로 가는 것은 어쩌면 공적 자산으로 벌이는 도박일 수 있다.

방송 산업은 공익성 실현을 우선 목표로 하는 특수 산업이다 보니 촘촘한 그물망같이 강력한 규제가 존재한다. 유료방송 점유율규제와 같이 큰 구멍이 생긴 법적 미비 상황은 빠르게 메워야 한다.

규제정비가 시급한데 국회의 법 개정 논의는 공회전을 해 왔다.

지금 유료방송 시장은 독과점 우려에 더해 가입자 뺏기 경쟁이 심화되고 심지어 반칙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점유율규제라는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한다면 방송시장은 더욱 치열한 약탈적 정글이 될 것이다.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우선 사업자들이 공정한 룰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정 사업자를 겨냥한 규제를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점유율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 누구나 방송사업자로서 공히 적용받고 있는 기본적인 룰이다.

법 개정논의에 있어 KT가 가입자를 더 늘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규제의 기준은 ‘독과점 폐해 방지’와 ‘시청자 선택권 보호’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독과점 우려가 있는데도, 법의 기본 취지에 맞게 개정하지 못하고 계속 방치하는 것은 입법기관의 직무유기다. 당연히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점유율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규를 보완해야 한다.

규제 완화는 향후 시장 경쟁이 지속적으로 안정화 되고, 콘텐츠 시장이나 소비자에 대한 부정적 요소가 제거된다면 그 때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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