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김효주 시대’…“우리 딸도 효주처럼 골프선수 시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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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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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1억, 프로데뷔까지 10억원 투자 감수하고 온가족 희생 각오해야…프로됐다고 해도 톱랭커로 성공할 확률은 1%로 ‘좁은 문’…현역 은퇴 후 생활도 감안을

 

201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김효주. 올해 25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 그를 보고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은 신중한 분석을 한 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2014년 한 햇동안에만 국내에서 12억원, 미국에서 7억2000만원 등 19억여원의 상금을 딴 19세 소녀. 더욱이 국내외 6승에 따른 스폰서의 인센티브를 포함할 경우 올해 총수입이 25억원을 훌쩍 넘어설 주인공은 김효주(롯데)다.

번듯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연봉 3000만∼4000만원인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요즘에 만 20세가 채 안된 골프선수가 한 해 25억원을 번다면 자녀를 둔 부모들은 관심을 가질만 하겠다. 김효주는 어떻게 해서 그 또래의 스포츠 스타 가운데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선수가 됐을까.

◆될성부른 떡잎

김효주는 1995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여섯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클럽을 잡았다. 초등학교 5학년때, 지금까지 스윙을 봐주고 있는 전 국가대표 감독 한연희 코치를 만났다. 혈액형 O형에서 보듯 명랑한 성격 덕분에 일찍부터 ‘스스로 즐기는 골프’를 해온데다 천부적인 리듬감까지 갖춘 그는 금세 재능을 드러냈다. 원주 육민관중을 거쳐 2011년 서울 대원외고에 진학한 그는 같은 1995년생인 백규정 김민선 고진영 등과 함께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중3 때인 2010년 국가대표에 뽑혔고 고2 때인 2012년 터키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골프팀선수권대회에 김민선 백규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2012년 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과 JLPGA투어 산토리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음을 알렸다.

그의 부모는, 여느 골프선수의 부모처럼, 늦둥이 딸이 세계적 골프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9년째 한 코치한테서 일관된 지도를 받은 김효주는 ‘롯데’라는 큼지막한 스폰서를 등에 업고 2012년말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 데뷔 첫 해를 ‘조용’하게 보낸 그는 2014년 들어와 ‘천재’의 기질을 국내외에 유감없이 보였다. 지난 9월 미국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 첫날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18홀 최소타수인 61타를 치더니 최종일에는 백전노장 캐리 웹(40·호주)을 제치고 메이저대회 왕관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올시즌 KLPGA투어에서 상금, 최소평균타수, 다승, 대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그는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에 자신감을 갖고 내년 미국LPGA투어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지금 영어 공부를 하는데 여념이 없다.

◆“내 딸도 골프선수 시키면 어떨까?”

김효주의 성공사례를 보고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을 법하다. ‘김효주 이전에 이미 박세리 박인비 신지애 등도 세계적 선수가 되지 않았는가’고 자문하면서…. 그러려면 먼저 비용과 성공확률 등을 따져봐야 한다.

현재 국내에 주니어 골프선수로 등록돼 있는 인원은 1500명 정도다.

주니어 골프선수로 활약할 때 들어가는 돈을 보자. 프로가 됐다가 학생으로 ‘전업’한 딸을 둔 K씨는 “주니어들이 제대로 골프선수로 크려면 코치비·체력훈련비·멘탈 트레이닝비·전지훈련비·연습라운드비 등을 합해 연간 최소 5000만원, 대체로 1억원은 들어간다”고 말한다. 프로로 전향하기까지 1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는 일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보다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그 많은 돈을 들여 프로가 된다고 해도 상위 10%안에 들어야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김효주 백규정 등과 같은 선수가 되려면 상위 1%안에 들어야 하는 ‘좁은 문’이다”고 설명한다.

자녀가 골프선수이면 그 부모들은 자신의 직업과 개인사를 전폐하다시피 하고 자녀에게 달라붙어야 한다. 선수의 성공을 위해 온집안 식구가 희생해야 하고 부모들의 인생을 걸어야 한다. 박세리 신지애 김효주 전인지 노승열처럼 이른바 성공한 선수들은 그를 뒷받침해온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나, 톱랭커가 되지 못할 경우 그 집안은 풍비박산이 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최봉암 대구대 교수도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하는 부모가 있으면 말릴 것이다”며 “성공한 선수는 1%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 들러리로 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진단한다. 최 교수는 “꼭 선수로 키우고자 한다면 골프 기량 외에 골프 관련 산업이나 스포츠 심리학, 스윙 분석 등에도 관심을 갖도록 해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주니어 무대의 경쟁을 뚫고 프로가 돼 웬만큼 수입을 올리려면 올해 KLPGA투어의 경우 상금랭킹 30위안에는 들어야 한다. 올해 랭킹 30위는 김자영이고 그의 상금은 약 1억5000만원이다. 프로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토너먼트 프로가 된다고 해도 우승컵을 든다는 보장은 없다.

토너먼트 프로가 되면 들어가는 경비(숙식비·캐디피·교통비·연습라운드 비용 등)가 만만치 않다. 대회당 경비는 육지의 경우 200만원, 제주도는 300만원이고 이를 연간으로 치면 7000만원 정도가 든다. 상금랭킹 30위라도 획득한 상금의 절반이 경비로 나간다는 얘기다. 그나마 스폰서가 있는 경우와 여자프로골퍼들은 사정이 낫다. 국내 상당수 남자프로골퍼와 스폰서가 없는 선수들은 겉만 프로이지, 안을 들여다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30세 이후의 인생도 생각을

우리 여자프로골퍼들의 ‘현역 정년’은 30세 정도다. 강수연(38) 박세리(37) 한희원(36) 이지희(35) 등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김미현 박지은 장정 등에서 보듯 많은 선수들은 30세가 넘으면 우승경쟁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아주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하고, 20세 전후에 전성기를 맞기 때문에 조로(早老)할 수밖에 없다. 김효주나 박인비가 지금 세계 정상급이라고 해도 그들의 ‘시대’가 몇 년 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한 프로들이라도 해도 현역에서 은퇴하면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선수시절 톱랭커로 많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다 보니 연예인이 된듯한 느낌이 들기고 하고, 웬만한 레슨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박세리 신지애처럼 부모가 시켜서 골프선수가 됐든, 박인비 김효주처럼 스스로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선수가 됐든, 30세 이후에는 또다른 세계와 만나야 한다. ‘우리 딸도 효주처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신중하게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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