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실적 기대 작지만 배당 기대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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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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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어닝쇼크가 실적철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애초 애널리스트가 실적 추정치를 높게 잡은 탓도 있다.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바람에 기업이익 안정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 연간 기업이익도 전망이 어둡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투자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도 투자자는 실적 전망치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당에 대한 기대감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망감을 주기는 했다. 그래도 유보금에 과세를 해서까지 배당을 늘리겠다는 정부안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보인다. 연내 국회통과 역시 기대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익 가운데 일정액을 투자나 임금 인상, 배당으로 활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10% 세율로 법인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이 대상으로 국내에서 약 4000곳이 적용을 받게 된다. 

대기업에서 시작된 지주체제 전환이 중견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두 곳씩 배당성향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배당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배당확대는 이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으로도 작용한다. 중장기적인 성향을 가진 외국인 자금이 우리 증시에 들어올 수 있다.

시장도 배당확대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는 새로 배당지수 4개를 내놓았다. 고배당주나 배당 증가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공개하기로 했다. 우리 증시에서 큰손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금도 법령 개정을 통해 배당에 대한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이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도록 해 배당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이달 안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기업유보금 과세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연기금 주주권이 강화되면 이전보다 배당을 높여야 한다는 의사가 강하게 전달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연금과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국민연금 배당기준 수립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고, 배당성향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 기업이 실제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 정책은 이미 배당을 많이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다. 사내 유보금이 많은 데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곳이 타깃이다. 이런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라는 의지가 강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인터넷ㆍ게임업체를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는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엔저를 비롯한 다양한 악재에 노출돼 있는 현대차는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현대차 주가 하락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진대로 우리 기업은 다른 나라 회사에 비해 배당성향이 한참 낮다. 업종 대표기업이 배당성향을 높일 경우, 여타 회사로도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위축돼 있는 우리 증시에서 중요한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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