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한 대로 시작한 ‘수송보국’의 꿈…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1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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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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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한항공 B747 슈퍼점보기 1호기 도입식에서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사진=한진그룹]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오는 17일은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 물류의 기반을 마련한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된다.

지난 2002년 작고한 정석은 ‘수송 외길’에 종사했다. 정석은 스무 살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선박기술을 배웠다. 해방과 함께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창업한 것이 스물다섯 살이다. 땅, 바다, 하늘 길을 열어 한진그룹을 육해공(陸海空)을 뒤덮는 종합운송 그룹으로 키워 10대 그룹에 올려놓았다.

모든 창업주 1세대들이 그렇듯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업적을 이뤘지만 정석처럼 수송외길을 걸어온 이는 흔치 않다. 남이 닦아 놓은 터에 뛰어들어서 경쟁을 벌이기보다 먼저 생각한 일에 남보다 앞서가려고 노력했다. 정석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철저히 경계했고 모든 역량을 수송에만 집중했다.

‘내가 걸어온 길’ 자서전에 실린 어록을 통해 수송 외길을 고집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수송 활동은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후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고, 그 수단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송은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왔다. 공간의 이동은 삶의 필수적 요소이고, 시간의 단축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다”

정석의 기업가 정신을 함축한 단어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은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으로 이윤창출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까지 고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창업이념은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3세 경영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업은 예술’이라고 말해온 정석은 경영자의 독창적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 좋은 평가의 밑바탕에는 신용이 있었다. 민군과의 군수품 수송사업을 시작할 당시 초반부터 이윤을 남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신용을 두텁게 쌓는 데만 전력을 기울였다. 정석은 신용을 바탕으로 6.25 전쟁 직후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섰고, 석유파동을 헤쳐 나갔다.

항공사업도 마찬가지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는 문제는 사업상의 손익 계산을 떠나 기업가로서의 소명의식과 국익을 위한 봉사라는 신념이 필요했다. “월남에서 고생하며 모든 돈을 밑 빠진 독에다 쏟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당시 중역들의 반발도 완강했다. 정석은 육해공 삼위일체를 이룬 수송 기업의 구축을 위한 ‘뚝심’으로 직원들을 설득했다. 분단국이라는 지정학적인 약점과 보유 항공기의 노후와 기술 인력의 태부족을 딛고 태극 마크를 날개를 단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졌다.

정석에겐 ‘부실기업을 되살 리는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도 붙게 됐다. 젊은 시절 일본의 조선소에서 기술을 배운 경험과 경영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로 대한항공공사와 대한선주, 조선공사로 이어진 부실기업 정상화도 한진중공업을 마지막으로 큰 매듭을 지었다.

한진그룹이 수송보국이라는 대업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석의 ‘기업경영의 기본은 사람이며 사람의 변화는 결국 올바른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확고한 경영철학과 교육에 대한 신념이 바탕이 됐다.

정석의 12주기를 앞두고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경기 용인시 영덕동 선영에 조현아, 원태, 현민 등 3세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세 자녀와 함께 선대 회장을 추모할 예정이다.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따로 선영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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